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율 Mar 07. 2017

"세뇨리따, 한국인들은 왜 유독 돈을 깎나요"

볼리비아 루레라바케 아마존 투어




"좀만 더 깎아주세요. 세뇨르~ 너무 비싸요" 

"이것 봐요. 세뇨리따~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일본인 전부다 2000볼(볼리비아 화폐)을 지불했어.

한국인들은 유독 돈을 깎아"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면 당연히 돈을 깎는 게 일상이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무수히 많이도 외쳤던 말이 있다. 

"Caro! descuento, por favor(너무 비싸요. 좀 깎아 주세요)"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시킬 때도, 버스터미널에서 버스 티켓을 끊을 때도, 여행사에서 투어를 예약할 때도 빠짐없이 이 말을 외쳤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서든지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도착해서 아마존 투어를 알아보러 다녔다. 볼리비아는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 가난한 나라인 만큼 수도인데도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도 마음껏 먹고 풍족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다. 



▲아마존 늪지. 장화와 긴바지는 필수다. 어디선가 악어와 뱀이 나타날지 모른다.

 





 루레나바케 아마존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한 여행사에 들렀다. 볼리비아 라파즈-아마존 루레라바케 왕복 비행기 편과 3박 4일 투어 값, 숙소와 식사값, 가이드 값 등을 종합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여행사 사장이 우리에게 2000볼을 불렀다. 지구 반대편까지 넘어와 어쩌면, 평생 가 볼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아마존에 들어간다니! 2000볼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25만 원 정도였다. 사실 너무 싸서 놀랐다. 그런데 입버릇처럼 나와버린 

"깎.아.주.세.요." 여행사 사장과 계속 협상을 시도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우린 등을 돌려 여행사를 나가려 했다. 그러면 사장이 우릴 붙잡을 줄 알았다. "기다려봐. 세뇨리따" 앗싸! 먹혔다. 역시 한 번쯤 튕겨줘야 먹히는구나!


 하지만 여행사 사장을 우리를 붙잡고 어디 가서 가격을 너무 깎지 말라고 충고했다. 특히 한국인들! 그는 곧장 여행사 장부를 펼쳐 보였다. 수많은 여행객의 여행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영국인, 프랑스인, 네덜란드인, 일본인, 말레이시아인 등..  아저씨 말에 따르면 다른 나라 여행객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돈을 투자하는 편이라고 했다. 마치 저가 항공을 이용하기보다는 돈을 좀 더 내고 대한항공을 타는 것처럼 말이다. 



▲비행기와 지프차, 나룻배 등 1박2일 동안 아마존을 향해 달렸다. 몇번이고 바퀴가 펑크나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의 장부에는 여행 날짜와 비행기 이름, 아마존 숙소와 음식, 가이드 이름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돈을 깎아서 가게 되면 따로 블랙리스트처럼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고 했다. 똑같은 아마존에서도 더 안 좋은 숙소에 묵게 될 것이고, 인기 없는 가이드가 따라붙을 것이라 했다. 


 사실 해외여행에서 투어를 이용할 경우 가이드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같은 장소라도 좋은 곳에 데려가고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가이드가 있는가 하면, 빈둥 빈둥 대충 둘러보는 가이드가 있다. 실제로 아마존에서도 가이드에 따라서 희귀 동물을 보는 횟수가 다르다고 한다. 아마존에만 있는 원숭이와 새, 악어와 아나콘다 등 실제로 가까이서 볼 확률은 모두 가이드에 달렸다! 이 때문에 여행사 사장은 우리에게 지구 반대편에서 와놓고 돈 몇 푼 아끼면 큰 후회만 떠안을 거라고 말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돈을 깎는데만 집중했지, 깎고 나서의 '대우'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특히 볼리비아는 물가가 정말 싸다. 물가가 싸서 그런지 큰돈을 ATM에서 뽑을 수도 없었다. 한국돈으로 50만 원을 인출하러 큰 은행에 갔는데 ATM기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은행 직원이 와서 엄청 놀라더니 그렇게 큰돈은 뽑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정도로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10원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란 생각만 했던 것이다. 




▲아마존에서 묵은 숙소. 빨래를 널면 금방 마를 정도로 햇볕이 따갑다.
▲각종 벌레와 동물들 때문에 이렇게 높게 집을 지어서 생활한다.
▲전기가 없는 아마존. 해가 지면 순식간에 깜깜해지기 때문에 항상 전등을 머리나 팔목에 하고 다녀야 한다.
▲엄청나게 맛있었던 아마존에서의 식사! 접시 5번 비우는건 일도 아니다.






 우린 고민 끝에 투어 내용을 좀 더 꼼꼼히 살핀 후, 2000볼을 지불했다. 아마존으로 가는 비행기는 일요일 출발 프로모션을 이용했고, 숙소와 식사는 상위권을 선택했다. 그리고 인기 가이드와 아마존 투어를 함께 하기로 했다. 3박 4일 동안 낯선 곳에서 수많은 일정이 진행된다. 선셋 선라이즈 투어, 아나콘다 찾기 투어, 핑크 돌고래와 수영, 아마존에만 사는 희귀 원숭이 찾아 나서기, 4종류의 악어 직접 보기 등 다양하다. 이 모든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택한 인기 가이드! 


 그리고 아마존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 벌레가 많다. 전기도 안 들어온다. 자칫 잘못했다간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 나기 쉽고, 자다가 도마뱀의 습격에 당할 수도 있다. 비록 전기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나름 시설이 괜찮은 숙소도 예약했다. 식사도 삼시세끼 맛있는 밥으로 정했다. 덕분에 우리는 험난한 오지에서 잘 먹고 잘 놀아서 인지 아마존에서 나올 때 몸무게가 3kg 이상 불어버렸다. 아이러니했다. 가장 고통스러울 줄 알았던 아마존 투어! 그런데 고생 없이 건강하게 살이 쪄서 나오다니! 돈을 깎지 않길 정말 잘했다. 만약 돈을 깎아서 투어가 맘에 안 들었다면, 우린 지구 반대편 아마존 여행에 대해 궁시렁거리며 큰 후회를 했겠지.  


                       

                                                    

▲잊을 수 없는 새빨간 석양







매거진의 이전글 현지인들은 안 궁금한 에메랄드 빛 호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