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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Aug 02. 2018

새빨간 바오밥 나무 거리

마다가스카르 모론다바에서만 볼 수 있는 바오밥 나무





            

“바오밥 나무 그림은 왜 다 배경이 빨개?”

“다 노을 질 때 그렸나 봐. 대낮보다 노을 질 때 가장 예쁜가 보네”               








 바오밥 나무를 보러 모론다바까지 16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했지만, 정작 체력이 바닥나서 숙소에서 뻗었다. 이틀 동안 꼼짝없이 쉬어야 했다. 의자에 앉아 꼬박 밤을 새우는 일은 보통이 아니었다. 꼬불꼬불하고 잘 다져지지 않은 오프로드 길도 한몫했다. 거기다가 혹시라도 무장 강도가 나타날까 봐 버스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쉬는 동안 마을을 둘러보고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가서 영양보충도 했다. 하지만 근육통은 꽤 오래 지속됐다. 한국에서 챙겨 온 약통 파우치를 3개월만에 처음으로 열었다. 멘소래담을 온몸에 바르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식당에서 사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 둘 다 설사병에 걸렸다. 약통 파우치에서 지사제도 꺼내 먹었다.           



“약통 파우치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을 정도로 잘 버텼는데 마다가스카르에서 무너졌네.”

“여행 다 끝나가는 마당에 가져온 약 다 먹고 가겠어...”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됐나 보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힘들고...”

“흑사병보다 더 무섭다야. 마다가스카르 사는 모습이..”       


   




▲세계 최빈국 마다가스카르의 모습을 보고, 여행끝자락에 마음이 안좋았다.









  

 그래도 힘을 내서 밖으로 나가본다. 길에서 팔고 있는 미술 작품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그림들은 대부분 빨간 하늘에 바오밥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하늘이 파랗지 않았다. 세렝게티나 빅토리아 폭포, 잔지바르에서도 화가들이 풍경 그림을 많이 팔았는데, 당연히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하얬다. 하지만 모론다바에 있는 풍경 그림은 전부 빨갛다. 식당에 걸려 있는 그림도, 슈퍼에 붙어 있는 그림도, 버스회사나 우체국에 전시된 그림도 다 똑같다.                 




 “여기 가난해서 물감이 빨간색 밖에 없는 거 아니야?”

 “설마~ 바오밥 나무 거리가 낮보다 노을 질 때 훨씬 예쁘니까 그 시간대를 배경으로 그린 거겠지”       




 새벽 4시, 가이드와 함께 바오밥 나무 거리로 향했다. 해는 6시쯤 뜨는데 2시간 전부터 출발이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오면 늦어요. 일출은 해가 뜨기 1시간 전부터 천천히 1분 1초도 놓치지 말고 다 봐야 합니다. 순간순간의 느낌이 다 다르거든요. 해가 지평선을 넘어 오르는 순간 DSLR 카메라 셔터를 누르세요. 장소는 여기가 제일 잘 나오니까. 여기, 여기에 서 있어요.”     



 카메라 각도와 서있을 위치까지 완벽하게 알려주는 가이드 에리스토 아저씨. 일출과 일몰에 따라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위치가 다르다고 일러준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불빛으로 바오밥 나무 껍질을 보기도 하고, 뿌리 쪽을 살피기도 한지 한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레스토랑 그림에서 봤던 장면이 진짜 똑같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오밥 나무는 딱 일출, 일몰과 맞닥뜨렸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지금은 마다가스카르 여행 비수기에 흑사병 유행까지 겹쳐서 여행객이 별로 없는 시기다. 덕분에 우리는 바오밥 나무 거리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성수기 때는 관광객 100~300명이 모일 정도라고 한다.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풍경 사진은 잘 안 나온다. 가이드는 우리 밖에 없는 걸 큰 행운으로 여기라고 한다.                




▲바오밥 나무 거리의 일출
▲1분 1초의 모습이 다르다
▲해가 뜬 후 바오밥 나무 거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토록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 적이 없었다. 바오밥 나무 하나를 두고 아래서 찍고, 줌을 당겨서 찍고, 나무를 오른쪽에 놓고 찍고, 왼쪽에 놓고도 찍었다. 떠오르는 해와 바오밥 나무를 겹쳐 찍기도 하고 따로 찍기도 했다. 아, 동영상도 찍었다. 평소 사진을 잘 안 찍던 동생도 이 번만큼은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일출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큰 바오밥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신발을 꼭 벗고 들어가야 할 만큼 신성한 장소라고 한다. 맨발로 들어가 바오밥 나무를 만지면서 3바퀴를 돌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설이 있다. 미신이라곤 절대 믿지 않았던 동생이 또 어쩐 일인지 소원을 빌러 들어갔다.       


 일몰시간이 되자 다시 바오밥 나무 거리로 돌아갔다. 아침과 똑같이 가이드는 우리에게 사진이 최상으로 잘 나오는 위치를 알려줬다. 일출은 노란빛의 빨간 해였다면, 일몰은 핑크빛의 빨간 해다. 역시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사진만 찍었다. 해가 넘어가고, 사방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말이다.             




▲현지인들과 함께할 때 더 잘 어울리는 바오밥 나무
▲좌) 세상에서 가장 큰 바오밥 나무. 우) 사랑의 연리지 바오밥 나무






        

“너 왜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어. 웬일이야? 아프리카 여행 내내 사진 안 찍었으면서”

“바오밥 나무 거리 풍경이 1분 1초마다 달라. 눈으로 담기엔 까먹을 것 같고, 이 시간이 다신 돌아오지도 않을 거고,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도 끝나가고..”     


“여행 끝나니까 아쉬워?”

“나 저 바오밥 나무 기념품 좀 크기별로 살게. 제일 큰 것부터 작은 것 까지 5개만”


“어떻게 들고 가려고 저렇게 큰 걸 사, 니 머리통만 한데, 왜 안 하던 짓을 한데~”

“왠지 바오밥 나무를 집에 놓으면 행운 올 것 같지 않아?”     



 여행 끝자락이라 아쉬워서 그런 건지 난생 기념품이라곤 관심도 없던 동생이 대뜸 바오밥 나무 기념품을 5개나 산다고 한다. 행운을 가져다줄 것 같다는 미신적인 이유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오늘따라 동생의 행동이 이상하다. 사진도 많이 찍고, 바오밥 나무를 만지며 소원도 빌고, 바오밥 나무 기념품도 사고... 항상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쉬움이 남을 때 동생이 하는 행동들이다.                              


 진짜 아프리카 여행이 끝나가나 보다. 



▲바오밥 나무 거리의 일몰, 황홀하다





-바오밥 나무[baobab tree]

 마다가스카르의 상징인 바오밥 나무는 윗부분이 뿌리 모양을 하고 있어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바오밥 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구멍을 뚫어 사람의 시체를 매장하기도 한다. 열매는 코코넛처럼 생긴 갈색으로 먹을 수 있다. 평균 높이가 20m, 줄기 둘레 10m 크기다.    

 바오밥 나무는 독특한 모양 때문에 다양한 별명이 있다. 옆으로 넓게 퍼진 나뭇가지 모양이 뿌리를 닮아 ‘뒤집힌 나무’, 열매가 달려있는 모양이 쥐 같아서 ‘죽은 쥐 나무’, 열매 속을 먹을 수 있어 ‘원숭이 빵 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오밥 나무는 모두 9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다가스카르에는 8종이 있고, 6종은 토착수종이다. 2종은 아프리카 대륙, 1종은 호주에 각각 자라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전통 언어인 말라가시어로는 레날라(Renala)라고 부른다. 뜻은 ‘숲의 어머니’다. 그만큼 바오밥 나무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귀중한 존재다. 껍질을 벗겨 로프나 바구니 등 생활용품을 만들고, 공예품이나 전통악기 등 다양하게 만들어 사용한다.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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