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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ul 26. 2018

쏟아지는 별빛 아래, 뜨거운 화산 용암을 보다

에티오피아 3박 4일 다나킬 화산 투어





      

“가스 연기 때문에 숨이 안 쉬어져. 다시는 오나 봐!”

“하늘 좀 봐봐, 별똥별이 엄청 떨어져. 낭만적이지 않아? 난 여기 꼭 다시 올 거야.”


“뭔 소리야, 낭만 같은 소리 하네. 화산재 범벅인데 이 땅바닥에서 어떻게 자라는 거야? 콜록콜록”

"죽기 전에 꼭 다시 올 거야."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우리 자매의 의견 일치가 안됐던 단 한 곳, 바로 에티오피아 다나킬 투어다. 3박 4일 동안 새하얀 소금호수, 다른 행성인 것처럼 생소한 유황 지대,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용암을 경험할 수 있는 투어다. 찌는 듯 한 더위와 위험한 오프로드로 일명 ‘미친 투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탄자니아 타자라 열차에서 만난 그리스 커플과 스페인 커플이 우리에게 다나킬 투어에 대해 흥분을 하며 열변을 토했었다.    



“진짜 미친 곳이야, 말도 안 되게 미친 곳이야.”           



 평생 살면서 쉽게 볼 수 없는 새빨간 용암의 광경이 미친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너무 위험해서 미친 곳이라는 이중 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소금사막에서 마주친 낙타 








 

 아디스아바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메켈레까지 1시간이 걸렸다. 우리와 함께할 팀원은 스웨덴에서 온 커플이다. 남자는 3년 전 이곳에서 용암을 봤는데 너무 멋있어서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다시 함께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투어는 지프차 1대 당 여행객 4명이 정원이다. 총 5~10대 정도의 차가 동시에 출발한다.      



 다나킬 투어 첫째 날부터 5~6시간 오프로드를 달렸다.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아무리 선크림을 발라도 이미 건조해질 대로 건조한 피부에 먹히지 않았다. 오프로드에서 지속적으로 엉덩방아를 찧자 내 손은 자연스럽게 머리칼을 쥐어뜯고 있었다. 출발한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손톱과 발톱에 새까만 때가 꼈다. 손톱을 나도 모르게 입으로 가져다 댔다가 냄새 때문에 토할 뻔하고 말았다. 쩍쩍 갈라진 피부 겉 표면에는 먼지까지 범벅돼서 이게 사람인지 토인인지 모를 모습이다.      


      

“자, 여기가 오늘의 숙소입니다. 자고 싶은 자리를 골라봐요~”

“어디서 방이에요? 화장실은 요? 샤워는 어떻게 해요?”     



"내추럴 홈(natural home), 내추럴 토일렛(natural toilet)입니다. 잠은 야외에서 하늘의 별을 보면서 자면 돼요. 화장실은 저 언덕 너머로 걸어가서 눈치껏 시도하면 됩니다. 단, 남의 똥 밟는 걸 조심하세요"




▲대로변에 펼쳐진 우리의 숙소, 이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면 된다. 



▲가이드 아빅, 이렇게 자면 된다고 시범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습, 저 뒤편으로 사람들이 네추럴 토일렛에 다녀온다. 



▲용암 바로 옆 숙소, 마찬가지로 침낭에서 그대로 잠들면 된다.







 

 투어 첫째 날은 소금호수, 둘째 날은 유황 지대를 구경했다. 그리고 대망의 셋째 날이다. 드디어 화산에 오른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현무암 산을 지프차가 타고 올랐다. 차가 90도로 꺾이는 것 같아 소리를 질러댔지만, 가이드 아빅은 오히려 우리가 무서워하는 모습에 신이 나있다.      


 저녁 7시쯤 화산에 올라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어 2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60~70대 노인도 걸을 수 있는 동네 산언덕 같은 코스다. 하지만 해드 랜턴 하나에 의지한 채 걷다 보니 딱 발밑만 보인다. 양옆을 아무리 살펴도 어둠뿐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확인이 안 된 채 ‘용암’이라는 목표만 가지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밤이었기에 더 쉽게 올라갔을 수도 있다. 모두들 저 멀리 보이는 빨간 용암 빛만 생각했다.      



 화산 도착 30분 전, 화산가스와 재가 온몸을 뒤덮었다. 모두가 콜록거렸고 숨을 가쁘게 내쉬기 시작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곧바로 용암으로 향했다. 단단할 줄 알았던 현무암은 쉽게 부서졌다. 몇 년 전 화산이 폭발해 그 주변이 아직 딱딱하게 굳지 않았다고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을 잘못 딛었다간 무릎까지 쑥 빠져버린다. 동행한 영국인 할머니는 화산석의 강도가 낮은 곳을 밟아 몸이 쑥 빠져버렸다. 다리에서 피가 흘렀고 용암을 보지 못한 채 낙타를 타고 하산해야 했다.            




“진짜 미쳤네. 화산석이 아직 굳지도 않았는데 여행객을 데리고 여기에 온다고?”

“아 쫌, 조용히 좀 해. 좀만 더 가면 용암이야”          





▲진짜로 내가 용암을 보다니!











 드디어 무섭도록 활활 타오르는 용암과 마주했다. 새빨간 용암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벽에 부딪치면서 솟구치기를 반복했다. 모두가 홀린 듯 용암 안쪽을 쳐다봤다. 거대한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색깔이 빨갛고 뜨겁다는 것이 달랐다. 거대한 용암 파도가 벽을 순식간에 녹여버릴 때는 모두가 ‘대단하다’를 외쳤다. ‘스고이(일본)’ ‘슈퍼 그레잇(미국)’ ‘그로스 아르 티히(독일)’ ‘아솜 브로소(스페인). 용암의 모습은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 순간 독일인 친구 한 명이 욕심을 부리다 용암 앞쪽으로 갔는데, 현무암이 살짝 깨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다. 용암 주변에는 안전장치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다. 스스로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한 외국이 가이드에게 따져 물었다.     



“안전한 거 맞아요? 가이드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예요? 외국인 여행객을 잘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전해요~ 그리고 우리는 안전보다는 여러분들의 만족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평생 보기 힘든 용암까지 데려다줬으니 안전은 너희가 알아서 챙기라는 식이다. 용암을 보는 내내 ‘정말 멋있다. 내가 용암을 보다니, 실화야?’라는 생각과 ‘진짜 책임감 없네.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르겠어’라는 양분된 생각이 계속해서 왔다 갔다 했다. 




“사실 여기서 죽은 사람 많은데 다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우리가 여행하면서 용암 볼 기회가 또 있을까? 그리고 가짜 용암도 아니고 진짜 용암인데, 여기까지 오는 길을 하나하나 아스팔트 길로 깔고 고급 호텔을 지을 수 있겠어? 대자연 리얼 야생인데? 용암을 보려면 이 정도 험난함과 위험함은 감수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밧줄 같은 거라도 쳐놔야지. 화산석이 아직 딱딱하게 안 굳어서 사람이 빠지는 마당에 안전한 길만 걸을 수 있도록 한다던가, 용암 주변에 안전 줄을 그어 놓는다거나. 다른 한국인들은 여기 오지 말아야 돼. 너무 위험해”

“아니 다른 사람들이 오는 걸 왜 말려~ 언니가 왜 이 엄청난 용암을 못 보게 해.? 계속 구시렁거릴 거면 그냥 잠이나 자”

“이렇게 화산가스가 시뿌옇게 가득 찼는데 어떻게 자냐?”

          

라고 말하고 우린 1분 뒤 곧바로 잠들어버렸다.

      







 이날 나눈 대화는 마치 서로에 대한 이해는 하지 않은 체, 자기 말만 따발 따발 말하는 답 없는 대화였다. 용암까지 걸어 올라가느라 체력이 바닥났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화산가스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예민해졌나 보다. 그래도 몸이 많이 피곤했는지 싸우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하산하며 다시 얘기를 나눴다. 동생은 나중에 이곳에 다시 올 거라고 했고, 나는 다시 오길 응원하지만 안전에는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해서 여행지에 대한 생각도 똑같을 필요는 없다. 우리 둘 다 세렝게티를 1등 여행지로 뽑았을 때는 맞장구를 치며 격하게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의견이 서로 다를 경우엔,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끝내면 되는 게 맞다. ‘나는 싫었으니 너도 싫어해라’ ‘나는 좋았는데 네가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등 서로 고집을 부리고 서로를 설득하려 할 필요는 없다.        


 함께 동행 하지만 각자 느끼는 생각에 관해선 거리를 두고 얘기해야 싸우지 않는 것 같다.             



▲낮에 본 화산 주변 모습, 다른 행성 같다.
▲역시나 다른행성에 온것 같은 느낌의 유황지대



▲소금호수 주변에서 소금을 캐 생활하는 현지인들의 모습 





              


-에티오피아 다나킬(Danakil Desert) 투어 정보


 다나킬 투어는 크게 에르타 알레 활화산(Erta Ale)과 달롤 유황 지대(Dallol), 소금 호수 카룸호(Lake Karum) 등이 포함되어 있다.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 투어로 나눠지며 가격은 대략 300~450달러다. 아디스아바바-메켈레 구간을 버스로 갈지, 비행기로 갈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또한 여행사와 협상을 잘하면 더 할인받을 수 있고 공항 픽업이나 숙소 제공 등도 얻을 수 있다. 

 에르타 화산은 몇 년 전 폭발했었다. 최근까지도 용암이 흘러 굳은 지대가 완벽하게 굳지 않아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화산에 다가갈수록 유황가스가 심해지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준비해야 한다. 화산에서 1박을 할 때는 날씨가 추워 패딩이나 침낭을 준비하면 좋다. 

 최근 에르타 알레 화산에서 여행객이 무장 강도에 의해 피살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은 무장군인과 동행해 투어가 이뤄진다고 한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하단의 YES24 링크타고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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