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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Jul 19. 2018

킬리만자로산 아래
유기농 커피농장에서 부른 노래

탄자니아 아라비카 커피농장에서 로스팅 체험




"Twanga Twanga  Twanga~ Tunywe kahawa~ "







 

 오랜만에 절구통을 찌어본다.  바부(BABU) 할아버지가 한번, 내가 한번 돌아가면서 커피콩을 찧기 시작했다. 이때 할아버지가 예전부터 내려오는 전통 커피송이 있다며 함께 부르자고 했다.

 

 "Twanga Twanga  Twanga~ Tunywe kahawa~ (트왕가~ 트왕가~ 트왕가~ 트웨 가하와~ )"



 스와힐리어로 '커피를 찌어서 마시자'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 시대로 말할 것 같은면 '커피 그라인딩’과정이다. 바부 할아버지는 이 전통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커피를 찌어야 복이 오고 커피맛도 더 좋아진다고 했다.


 아프리카 하면 단연 떠오르는건 '커피'다.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각 나라마다 유명한 커피 원두가 넘쳐난다. 우리는 아프리카 여행 중 꼭 한 번쯤 커피농장 투어를 하고 싶었다. 매일같이 커피 프랜차이즈점에서 커피를 사 먹었지만, 정작 커피나무와 커피콩이 어떻게 생긴 지도, 어떤 과정을 통해서 커피가루가 만들어지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이었다.





▲바부(babu) 할아버지의 커피열매 따기



▲처음보는 커피나무. 빨갛게 익은 커피열매를 따면 된다.



▲커피열매 껍질을 벗기면 2개의 커피콩 알맹이가 나온다. 평소 보던 원두보다 크기가 컸다.







 

 실제로 아프리카엔 고급 와인투어처럼 로스팅 기계가 잘 갖춰진 커피농장도 많다.  하지만 우린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바부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2시간가량 현지 미니 버스를 타고 모시에 도착했다. 모시에서 또 1시간가량 달려 드디어 킬리만자로 입구에 다다랐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한참을 헐떡 거린 끝에 바부 할아버지 커피 농장에 도착했다.



 바부 할아버지는 우리를 보자마자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반겨줬다. 아프리카에서 사실 노인을 보기란 쉽지 않다.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아 기르지만 30~40대가 되면 대부분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흑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바부 할아버지 나이가  무려 75세라고 한다. 함께 간 가이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70대 노인 흑인은 처음 보죠? 화학 커피 먹지 말고 유기농 커피를 먹어요!"


 


▲전통방식으로 커피 그라인딩&로스팅을 보여주는 바부 할아버지








 

 그렇다. 여기는 케미컬 0%를 자랑하는 커피 원두 체험장이다. 바부 할아버지 집 뒤쪽으로 진흙길을 한참 걸어 들어갔다. 커피나무를 깔끔하게 일렬로 세워 기르는 넓은 커피농장이 아니었다. 숲 속 드문드문 커피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 커피나무들은 마치 양식장에서 자란 물고기아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연산 물고기라고 해야 할까.


 커피나무에 매달려 있는 커피콩을 직접 따는 것부터 체험이 시작된다. 빨갛게 잘 익은 커피콩을 따서 직접 까 본다. 커피콩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탄자니아 아라비카라는 이 콩은 알맹이가 2개 들어있었다. 커피콩을 수확했으니 이제 커피콩을 수동식 기계에 넣어 껍질을 벗겨냈다. 이제 이 콩을 2주 정도 말린다. 바부 할아버지는 2주 정도 말린 커피콩을 가져와 절구에 넣었다.



 그리고 함께 커피숑을 불렀다.  "Twanga Twanga  Twanga~ Tunywe kahawa~ (트왕가~ 트왕가~ 트왕가~ 트웨 가하와~ )" 이 과정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그라인딩’이다. 커피송을 부를때 흔드는 악기와 커피송 악보까지 가져온 바부 할아버지. 마치 전통부족이 된 것처럼 동생과 나는 몸까지 흔들어 춤을 추며 커피 송을 따라 불렀다. 아쉽지만 이 커피송은 탄자니아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사라져 가는 것을 경험한다는 건 정말 뜻깊다. 커피를 그러인딩하고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모두 다 같이 모여 커피맛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시대가 바뀔수록 전통방식이 사라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남아있는 전통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여행자에겐 큰 경험이 된다.







▲화학품을 쓰지 않고 로스팅한 커피는 이렇게 빛이 난다고 한다.





▲허름한 장비에 잠깐 놀랐지만, 금새 커피 향에 취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로스팅이다. 로스팅이라는 말은 CF에서도 많이 나온다. 고급스러운 커피 원두 장면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전통 방식의 체험장이다 보니 직접 나무에 불을 붙이고 자기 그릇에 커피를 넣어 직접 손으로 커피를 볶는다. 처음엔 연기 때문에 콜록거리고 뜨러운 불 때문에 '앗! 뜨거워'를 연발했지만 곧 웃음이 났다.


 로스팅이 끝나고 커피가루를 또 직접 절구통에 찧는다. 커피가루가 완성되면 다시 나무 장작불에 다 찌그러진 냄비를 놓고, 킬리만자로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과 함께 끓인다. 그러면 드디어 탄자니아 아라비카 유기농 커피가 완성된다!



 커피를 무턱대고 입을 먼저 가져다 댓는데, 바부 할아버지가 향기부터 맡아보라고 한다. 한참 동안 커피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이곳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여기까지 오는 교통편도 힘들고 날씨도 더웠지만 이런 전통방식의 커피 그라인딩&로스팅 과정은 다시는 못 겪어볼 체험이었다. 빛 좋고 훌륭한 커피 기계와 함께하는 커피투어에 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하얀 설산인 킬리만자산 바로 아래 커피농장에서 맡은 커피 향은 커피 자체로만의 향뿐만 아니라 주변의 맑은 공기의 흡입과 바람의 터치까지도 함께 덧붙여져 최고를 만들어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로스팅해본 커피!


▲커피 만드는 과정을 하루종일 직접 해볼 수 있다.


▲커피송을 부르며 흔들었던 전통악기, 바부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바부 할아버지와 커피타임을 가지며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 모종 하나를 준다고 한국에서 키워보라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 지금 눈 오는데 괜찮냐니까 그럼 커피 모종 다 죽는다며 다시 가져가셨다.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한국에서 먹는 커피는 아쉽게도 화학물질(케미컬)이 많이 들어간 커피일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국커피는 먹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한국 가서는 케미컬이 들어간 커피를 먹을 수밖에 없으니까 아프리카여행중에라도 유기농 커피를 많이 먹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우린 커피를 3잔이나 마시고 말았다.


 바부 할아버지는 우리가 처음 이곳에 올 때처럼 헤어질 때도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셨다. 한국에 무사히 잘 돌아가라고. 우리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할아버지 연세가 75세이신데, 꼭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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