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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Jul 12. 2018

손으로 사자를 잡는 용맹한 전사들, 마사이족

전통과 문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프리카 원주민





  





 삐쩍 말랐지만 180은 되어 보이는 큰 키, 해골처럼 볼 살이 쏙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입은 튀어나왔지만, 얼굴에 비해 너무 새하얀 치아, 형형 색깔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귀걸이, 폐기된 타이어를 주어다 만든 타이어 신발, 길게 늘어진 구멍 뚫린 귓불, 길고 얇은 막대기를 들고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아프리카의 ‘전사’라고 불리는 마사이족이다.        



 우리가 탄자니아에서 방문한 마사이 마을은 사회로 나가지 않고 전통을 고수하는 진짜 원주민이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 투어 3박 4일 중 마사이족 마을 방문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1인당 10달러를 내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면서 그들의 주거지역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지프차가 마사이족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저 멀리 마사이족이 뛰어온다. 빨강, 파랑, 주황, 보라 등 원색 옷을 입고 어찌나 빠른 속도로 역주행해서 우리 차로 오는지 식겁했다. 이들에게는 관광객의 방문이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반가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의 부족장
▲여자 마사이족은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있다.
▲훤칠하고 깡마른 남자 마사이족






 





“카리부, 카리부, 아산데 사나 (Karibu, Asante sana)”       


 우리가 지프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사이족 여자들이 찬다는 목걸이를 걸어줬다. 마사이족의 상징인 붉은 옷도 둘렀다. 마사이족 마을 입구에서 환영식을 해준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마을 입구 반대편에 한 줄로 서있다.        



“지금 시간이 오후 5시라, 역광을 피해서 노래를 불러 줄게요. 

 역광이면 우리 사진 찍기 힘들 거예요. 우리 예쁘게 잘 찍어주세요 “    

    

 이런! 관광객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마사이족 전사라니 놀라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역광 때문에 잘 안 찍힐까 봐 위치까지 선정해 환영식 노래를 불러주다니!       


   

 환영식 노래는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허리춤에 칼을 차고 긴 막대기를 든 남자 마사이족이 오른쪽에, 화려한 목걸이와 귀걸이를 차고 아이를 업고 있는 여자 마사이족이 왼쪽에 일렬로 쭉 섰다. 추장의 호흡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열을 맞춰 걷고 뛰었다. 여자들은 타지인을 환영한다는 어깨춤을 췄다. 목에 찬 동그란 모양의 수공예품을 어깨의 힘만으로 쳐내기를 반복했다. 남자 마사이족은 한 명씩 나와 점프를 했는데, 타이어 신발을 신고 뛰는 점프 실력이 대단했다. 용수철처럼 방방 뛰어오른다. 근육 하나 없어 보이는 깡마른 다리로, 발돋움도 없이 점핑을 하다니, 그냥 전사로 불리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마사이족의 상징, 막대기. 단체로 모여 환영 노래를 불러줬다.
▲엄청난 점프실력을 보유한 마사이족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 일명 마사이 슈즈라고도 불린다.










 환영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마사이족 마을 탐방이다. 내 키보다 낮아 보이는 작은 움막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소똥으로 만든 집인데,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기 때문에 여자가 집을 지어 이렇게 낮다고 한다. 당연히 전기와 수도는 없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집안을 살폈다. 안쪽에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불이 피워져 있어 연기가 났고, 다 찌그러진 접시와 컵 몇 개가 있었다.      

     

“잠은 어디서 자요?”

“네가 앉아있는 거기에 그대로 누워서 자. 잠자는 공간이 따로 있지 않아. 부엌과 잠자는 곳이 어차피 이 움막집의 전부라고 보면 돼~”     


내 몸뚱이 하나 겨우 건사할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다. 핸드폰 불빛으로 매트를 보니 이미 해지고 곰팡이가 난 상태였다.      



“식사는 어떻게 해요?”

“우리는 동물의 피를 먹거나 우유를 먹어. 고기는 죽은 고기만 먹어. 우리 조상들은 동물을 신성시 여기거든. 동물 피 먹어봤어? 목으로 넘어갈 때 따뜻함이 느껴져. 먹어볼래?”     


진짜로 동물 피를 내올까 봐 황급하게 사양했다. 동물의 피를 먹을 용기는 아직 없었다.     



“정말 사자를 잡나요?”

“(칼을 보여주며) 이 칼로 사자를 맨손으로 잡지. 그래서 우리가 전사인 거야”     

“진짜 마사이족은 부인을 10명이나 둘 수 있나요?”

“하하~ 나랑 결혼할래? 탄자니아에서 같이 살자~”        


  

 전직 기자정신을 발휘해 궁금한 걸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결혼을 하자고 조른다. 동생한테도 마찬가지다. 설명을 거의 다 듣고 마사이족 집에서 나왔는데, 다른 마사이족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와 함께 온 덴마크 친구들한테 결혼하자고 말하고 있다. 전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작업 거는 마사이족이라니, 아프리카 대부분 원시부족은 일부다처제라서 부인을 많이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집 내부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낮고, 깜깜하다 
▲요리를 한다는 부엌의 모습 
▲시내 학교에 가지 않고 마을에 남아 공부하는 아이들 









 이 마을 안에 마사이족이 공부하는 학당이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학교도 학당도 아닌 작은 움막 아래에서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고 있다. 마사이어와 영어 등 모두 5개의 언어를 한꺼번에 배운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교육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공책과 볼펜이 없어 땅에 글씨를 써야 했고, 언어 외에 다른 과목을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다.                



“지금 우리 마을 아이들을 아루샤(도시)에 있는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이 분분해요”        

  


 우리가 방문한 마사이족 마을 사람들은 아프리카 다른 부족들 처럼 변하고 있었다. 전통부족의 삶을 고집하면서 소똥으로 만든 집에 살며, 직접 불을 피워 생활했지만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다. 마사이족 아이들을 시내에 있는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꽤 심각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무조건 교육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전통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통대로 살아가려면 교육보다는 사냥하는 방법을 더 터득해야 한다. 하지만 또 전통대로 살아가면 너무 가혹한 악습이 많아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고통받을게 뻔하다. 




 아프리카 부족민에 대해선 답을 딱 내놓을 수 없다. 이미 탄자니아와 케냐 곳곳에선 마사이족들이 전통의상을 벗고 사업을 하고, 물건을 판다. 그들의 삶에 잠깐 들렀다 가는 우리가 얘기하기엔 너무 민감한 문제였다. 결국 우리는 마사이족의 고민을 같이 나누지 못했고, 마사이족 아이들 학교 지원 프로그램에 돈을 기부하고 마을을 나오는 걸로 부족방문을 마쳤다.      






▲휴양지에서 여행가이드일을 하는 탈 마사이족






-마사이족 Maasai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지대, 킬리만자로 산 주변 등 초원 고산지대에 거주한다. 소와 양을 목축하며 토속신앙과 원시사회를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이다. 대략 케냐 측에 25만 명, 탄자니아 측에 1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일부 학자들과 현지인들은 이집트에서 남하했다고 말한다.     

   

 마사이족의 주식은 우유다. 아기를 낳은 여성이나 아픈 사람들은 소의 목에서 피를 뽑아 우유에 섞어 모신다. 이들은 가축을 신성시 여기기 때문에 소와 양을 일부러 죽여 잡아먹지 않는다. 다만, 병에 걸려 죽은 가축의 고기는 먹는다. 또한 결혼식 같은 예외의 축제 날에는 양을 잡아 구워 먹기도 하고 알로에 뿌리와 벌꿀을 섞어 담근 술을 마신다.      


 마사이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1개월간 비밀에 부친다. 아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면 그때서야 아기의 탄생을 알린다. 만약 아이가 비정상적인 아이일 경우 죽여 없앤다고 한다. 마사이족 남녀는 귓불이 길게 늘어날수록 미남, 미녀로 불려져 일부러 귓불에 구멍을 뚫고, 구멍을 길게 늘인다.      


 젊은 청년의 경우 전사라는 이름으로 ‘모란(Moran)'이라고 불리며 알몸을 붉은 천으로 가리고 칼을 창과 방패를 가지고 다닌다. 이들은 12~28세 사이의 청년으로 할례와 성인식을 거쳐, 병사촌에 들어가 일정기간 전사로써의 합숙훈련을 받는다. 훈련이 끝나면 자기 부족을 지키는 모란 즉, 전사가 된다. 합숙은 보통 야생동물을 칼로 잡는 방법, 소를 방목하는 방법, 마사이족의 전통문화 등을 배운다. 소녀의 할례는 알려진 데로 야만적이다. 할례 의식 이후 6개월이 지나야 결혼할 수 있다. 








*자매의 아프리카 여행에세이 <아!FREE!카!>가 출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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