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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Mar 13. 2022

“뉴욕 베이글 정식” 먹으며 친구 만들기

내성적인 여행자가 외국 친구를 사귀는 방법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그렇게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내향성이 극에 달한 극 내향인이라고 해야 하나. 낯선 사람들이 와인잔을 손에 들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점프해야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선 쭈뼛거리기 일쑤였고, 처음 보는 자리에선 무슨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꿀 먹은 벙어리처럼 웃고만 있기도 했다. 그나마 웃는 얼굴이 보기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들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학창 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내고 지금껏 온갖 나라를 장돌뱅이처럼 떠돌아다닌 덕에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가 절반은 넘는 것 같다. 그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인간 하나하나가 각각의 소우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과는 살짝 결이 다르지만, 새로운 사람 하나하나를 만나는 건 새로운 세계로 향한 문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나고 자란 세상과 문화를 가장 밀접하게 체험할 수 있으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났던 러시아 친구들 덕에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예쁜 벽화가 가득한 도시의 뒷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교토에서는 유쾌한 독일과 대만 출신 친구들과 싸구려 무인 자판기 식당에서 덮밥 정식을 뽑아 먹으며 청춘의 어려움과 각자가 꾸는 소중한 꿈을 논했었다. 모두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었던 특별한 인연이자 경험이었다.


호스텔 3인방이 함께 한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의 교토



여행을 100% 즐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 여행지에서의 인연 만드는 법을 다루고자 한다.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웃을 것이니


웃는 낯에는 침을 못 뱉는다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문구가 있다. 다행히도 한국 사람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보다. “When you’re smilin’, the whole world smiles with you(당신이 웃을 때, 온 세계가 함께 웃을 거예요)”라는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들어본 적 있는가? “Infectious smile(전염되는 웃음)”이라는 영어 표현은? 웃는 얼굴에 다가가기 쉬운 건 전 세계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인 게 분명하다.


일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을 볼 기회가 많다. 아이들만큼 솔직한 건 없다고 했던가. 아이들만큼 천진하게 웃음에 반응하는 귀여운 생명체들도 없다. 한껏 밝은 얼굴로 웃음 지으며 인사를 건네면, 금세 얼굴이 환해져 어찌나 친근하게 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지.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는 웃음의 힘은 친구 사귀기의 기본이다.


한 미국 저널에 게재된 흥미로운 논문에선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냥 웃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할 때는 분노, 경멸 또는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Campos, B., Schoebi, D., Gonzaga, G.C. et al. Attuned to the positive? Awareness and responsiveness to others’ positive emotion experience and display. Motiv Emot 39, 780–794 (2015).


다른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다른 이들과 있을 땐 휴대폰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에서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과 분명히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친구가 되기 쉬운지는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일 테니까.


우리, 호스텔에서 밥 한 번 먹을까요?

뉴욕 호스텔에서 아침마다 먹었던 “베이글 정식”

이제 얼굴 근육이 당기도록 미소 짓는 연습을 끝낸 당신. 다음 질문이 남았다. 여행지에서 사람을 어떻게 만나냐고?


나는 호스텔의 공용 라운지(common lounge)와 식사 공간에서 가장 많은 친구를 사귀었던 것 같다. 공용 라운지에는 늘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거나 TV, 여행 정보지로 꽉 차 있어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사람을 만나기엔 적격인 장소이다.


공용 라운지에서 혼자 멀뚱히 앉아 있기에는 너무 쑥스러워 좀이 쑤시는 당신이라면, 호스텔에서 아침 먹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개의 호스텔에선 간단한 베이글과 과일, 혹은 토스트와 시리얼 등으로 아침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몇 년 전 봄, 뉴욕에서 지내던 한 호스텔에선 투숙객에게 손바닥보다 조금 큰 베이글 하나와 과일 잼, 주먹만 한 오렌지 두 개와 한 컵 가득한 커피를 아침마다 주곤 했다. 아침마다 챙겨 먹던 그 “베이글 정식”.


살인적인 물가를 반영하듯 숨 막힐 정도로 좁은 방을 벗어나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식사 공간에는 매일 아침마다 삼삼오오 세계 각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이 앉아 커다란 베이글을 우물거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한 일은 딱 하나, 가까이 앉는 그 누구에게든 미소를 띤 얼굴로 굿모닝, 인사를 건네는 것. 갈 길이 바쁜 여행자라면 같이 미소로 화답하고 몇 마디를 나눈 뒤 자리를 뜨거나, 운이 좋다면 그날의 일정을 조율해 함께 다니는 여행 동무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좀 더 모험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현지의 펍이나 바, 일일 그룹 투어 등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펍 크롤링(Pub crawling)은 한 날에 여러 개의 바와 펍을 몰아서 단체로 돌아다니는 그룹 투어의 한 종류로, 보통 묵고 있는 호스텔의 게시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혼자서는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 내향적 여행자인 당신에게도 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되어 줄 것이다.


인연을 이어나가는 건 SNS의 몫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카페, 인스타 핫플(Hot place의 준말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장소)란 말들이 드물지 않게 들려오는 시대이다. 요즘 세상에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기에 소셜 미디어만큼 적합한 도구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예로 든 뉴욕의 호스텔에서 같은 베이글을 우물거리다 만난 독일인 친구 M과는 계속 소셜 미디어에서 인연을 이어나가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나 차를 같이 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근황 얘기로 수다를 떨며 산책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썩거리는 하이델베르크의 하우프트 슈트라쎄(Hauptstrasse, 메인 거리). 뉴욕의 지하철에서 헤맨 기억을 함께 공유하며 카페에서 마시던 따뜻한 애플 펀치 한 잔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Cafe Extrablatt에서 친구와 나눈 차 한 잔


여행지에서 놓치기 싫은 인연을 만났다면, 용기를 내서 가장 자주 쓰는 소셜 미디어의 계정을 물어보도록 하자. 누가 아는가? 평생 가는 소중한 인연의 발판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외향성인의 행성에서 우리같은 내향인 여행자들이 살아남는 비법은, 밝은 미소와 먼저 다가가는 작은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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