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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Mar 19. 2022

장거리 비행,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장시간의 비행을 즐겁게 할 수 있는 4가지 방법

까맣게 조명이 꺼진 이 비행기는 지금 태평양 상공 어딘가를 날고 있다.


대다수의 승객들은 이미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몇 개의 좌석은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환하게 밝혀져 있다. 적막하고 건조한 공기가 감돈다. 스크린에 표시된 도착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직도 5시간 이상이 남아있다. 딱딱한 좌석에 머리를 기대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정신은 또렷하다.


기내 최신 영화도 어쩐지 취향에 딱 맞는 건 없어 도입부만 보다가 갈아치운 게 벌써 몇 번째다. 어디선가 아기가 울어대고, 나는 저린 다리를 어찌할 바를 모르며 한숨을 내쉰다.


도착지에 가까워질 쯤이 되면, 음식을 실어 나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죽이나 오믈렛 같은 간단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이제야 스크린에는 목적지에 아주 근접해진 비행기 모양 아이콘이 표시된다.  그 밑에 선명하게 보이는 도착 예정 시간은 2시간 30분 남아 있다. 바쁘게 화장실을 들락거려본다. 한 시간 반, 한 시간…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 모두 이 과정을 한 번 이상은 겪어봤을 것이다. 장거리 비행은 의심할 여지없는 고통이다. 작은 좌석에 몸을 구겨 넣고, 6시간 이상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온 몸이 배배 꼬이는 듯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 장거리 비행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만들어줄 나의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좋은 좌석을 찾고 싶다면, Seatguru를 활용할 것


요즘 시대야 전 좌석에 핸드폰이나 작은 전자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는 포트가 달려 있어 고민할 거리도 안 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충전이 가능한 좌석을 선점하는 건 장거리 비행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 시절부터 이용하기 시작한 Seatguru라는 사이트를 소개하려 한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운나쁘게도 음식을 준비해 내오는 갤리 옆에 바로 앉아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소음과 불빛에 잠 못 이루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화장실 바로 옆 좌석이라 부산스러운 승객들 틈에서 고생했던 적은? 그 모든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것이 Seatguru 사이트이다. 간단히 자신이 이용하는 항공사와 편명, 날짜와 시간 등을 입력하면 본인이 이용하게 될 예정인 비행기의 전체적 좌석에서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를 한눈에 보여준다. Seatguru에서 좋은 좌석이라고 초록색으로 표시된 좌석을 선택하면 좌석 때문에 최악의 경험을 할 일은 확실히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그저 그런 기내식이 지겹다면, 특별 기내식을 노려라


치킨, 아니면 비프? 항공사의 기내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확실히 흔하진 않다. 워낙 “먹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나는 아에로플로트의 흑빵이 곁들여져 나오는 기내식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대한항공 비빔밥의 양념고추장을 싹싹 비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먹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특이한 사람에 가까우니 예외로 하자. 기내식을 좋아하지 않는 큰 이유엔 별로 다양하지 않은 메뉴 선택권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장시간 비행에서 먹는 것마저 즐겁지 않다면 그게 무슨 고문이겠는가?


대다수의 항공사들에선 24시간 전까지 무료로 신청 가능한 기내식 변경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속이 더부룩해지는 일반 기내식보다는 간단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승객을 위한 과일식(Fruit platter)부터 힌두교나 유대교를 믿는 교인들을 위한 특별식이,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 등 다양한 기내식을 제공한다. 출발하기 전 조금 일찍 이용하는 항공사의 웹사이트에서 기내식을 변경해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나 소음 방지용 귀마개 장만하기

지금처럼 에어 팟이나 버즈 등의 이어폰이 유행하기 전, 기내 면세품 잡지의 단골손님은 보스(Bose) 사의 노이즈 캔슬링(소음 방지) 헤드폰이었다. 중후한 남자 모델이 고급스러운 까만 헤드폰을 끼고 눈을 지긋히 감은 채 비행기 일등석에 누워있던 광고 사진. 잡지를 뒤적거릴 때마다 이 낯설고 비싼 물건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궁금해했던 어릴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환경에서라도 머리를 대면 5분 만에 잠들어버리는 나 같은 잠 많은 사람이라도, 기내 안의 소음은 꽤나 골칫덩어리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웅- 하는 소음에 갑작스러운 난기류 변화라도 겪게 된다면 온갖 덜그럭거리는 공포스러운 소리에 노출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편안한 수면과 비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소음 방지용 이어폰은 천하무적의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수십만 원 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기에는 석연치 않다면? 휴대가 간편한 말랑하고 가벼운 소음 방지용 이어 플러그를 장만해보도록 하자. 아기가 울어대는 기내 안에서도 귀 안에 이어 플러그를 넣고 한 침대회사의 문구처럼 “깨지 않는 편안한” 숙면을 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적극 이용하라


나는 키가 대한민국 평균 여성에 비해 확실히 큰 편이다. 키가 크다 보니 일반적인 이코노미 좌석에서 불편함을 더 느끼는 편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같이 이코노미 좌석에서 구겨진 인형같이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고통받던 승객들에게 희소식이 있으니, 바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반적인 이코노미 좌석보다 조금 더 넓은 레그룸(Leg room, 탑승하는 사람이 시트에 앉았을 때 다리가 위치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항공사마다 다른 혜택을 주어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객에게 탑승 우선권을 주거나 캐빈의 가장 앞 좌석을 배정해주는 등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코노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이코노미 승객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으나, 약간의 요금을 더해 좀 더 편안한 비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장거리 비행은 어느 누구에겐 설레는 여행의 시작일 수도, 누구에게는 괴로움으로만 가득한 고통의 여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상과학 영화에서 본 텔레포트 기계가 발명되기 전까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비행기 좌석에 얌전히 앉혀진 채 꼬박 8시간, 혹은 9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야 할 운명인 것이다.


피할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 장에서 공유된 장거리 비행 노하우들이 당신의 피할  없는 장거리 비행이 즐거움의 경험으로 바뀌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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