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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Mar 27. 2022

비싼 여행은 사양할게요

하루 8만 원으로 세계 여행하는 법

나는 럭셔리 여행자가 아니다. 지금껏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어도 늘 여행 계획을 짜는 순서는 같다. 여행지에서 가장 싼 숙소대로 숙소 리스트를 정렬하고, 제일 저렴한 비행기 편을 심사숙고하며 고른다. 물론 예약사이트의 최상단에 “추천 호텔”로 올라와있는, 야자수가 근사한 리조트의 탁 트인 오션 뷰와 맛있는 조식을 보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머리를 싸맨 적도 부지기수다.


많은 여행사들이 “여행지에서는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럴듯한 말로 여행자들을 유혹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아낌없이 쏟아붓는 여행 예산이 그 여행의 퀄리티와 비례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돈을 알뜰하게 아껴,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더 행복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어디를 여행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필 8만 원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홀로 여행하는 여행자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여행비를 아끼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한적한 기차역의 귀퉁이에 앉아 뜬 눈으로 노숙할 수도, 생전 모르는 남의 집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지만 당신의 안전도 소중하므로 이 정도의 비용이면 무난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최대한으로 여행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관광 패스를 미리 사두도록 하자

기차역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인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뻔한 말 같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이다. 대표적인 관광도시들마다 관광객을 위한 무제한 교통 패스나 관광 패스들을 발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에펠탑의 도시 파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어릴 적 갔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한 초상화가 꼭 다시 보고 싶었던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일정에 넣었다. 센 강변에 위치한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한 19세기 근대 예술을 대표하는 오르세 미술관도 포함해서다. 약간의 욕심을 부려 개선문과 퐁피두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도 포함시켰다. 그리고 파리 뮤지엄 패스를 찾아내었다.


파리 뮤지엄 패스는 약 60개의 박물관과 기념물을 하나의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는 정액권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중 가장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같은 필수 관광지들이 포함되어 있어 인기가 높다. 파리에서 얼마나 지낼 것이고 어느 박물관을 갈지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일정을 잘만 짠다면 개별 티켓 가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으므로 소위 “뽕을 뽑는” 여행이 가능하다.


식빵과 잼을 구비해둔다
파리의 길거리 음식, 누텔라를 바른 크레페


의외로 여행지에서는 아침식사가 골칫거리인 경우가 많다. 아침 일찍 여는 식당이 많지 않은 도 그렇고, 보통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가 비싸기 때문이다. 금전적 여유가 많다면 매일 클래식 음악과 향긋한 커피 ,  구운  냄새가 유혹적인 호텔의 아침 뷔페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그렇지만  푼이 아쉬운 배낭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비용이 부담스럽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런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숙소에 들어가기 전 슈퍼마켓에서 식사용 빵과 마음에 드는 잼을 미리 사놓는 것이다. 영국의 오렌지 마멀레이드라던가, 스웨덴의 링곤베리 잼 같은 그 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산품 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잼 종류는 꼭 냉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실온에 두었다가 아침에 빵 몇 조각에 쓱 발라 아침식사로 먹거나,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로 만들어 가방에 넣자. 아무리 살인적인 물가의 도시를 여행한다고 해도 가방에 있는 샌드위치 하나에 마음이 든든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항기보다는 외항사의 경유 여행을 추천

아에로플로트 항공편 내부


직항기는 몸이 편하다. 그렇지만 젊다는 것이 무엇인가? 젊은 적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약간의 피곤함은 따라오겠지만, 경유지에서 환승을 하는 외항사를 선택하는 것은 비용이 저렴하고,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두 가지 점에서 유리하다.


내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서울로 올 때의 일이다. 경유지인 모스크바에서 약 20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이 발생해, 모스크바의 풀코보 공항에서 가까운 저렴한 호텔을 예약했다.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무심코 건넨 러시아어 인사 한 마디에 금세 상냥해지는 러시아인 직원들이 맞이해주던 작은 호텔.


널찍한 방에 무료 조식을 제공해주는 꽤나 괜찮은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붉은 광장과 각종 첩보 영화의 단골로 등장하는 크렘린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헝가리계 미국인 여행작가인 유진 포더(Eugene Foder)의 말에 따르면, “여행을 잘하기 위해 꼭 부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You don’t have to be rich to travel well.)”고 했다. 옳은 말이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고 약간의 부지런함만 더한다면, 저예산으로 수많은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다.




Copyrights © 2022 Sunyoung Choi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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