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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young Choi Jul 03. 2022

서울에서 외국여행을 간다구요?

서울시 프랑스구 몽마르뜨동을 가다

서울은 그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외국인 마을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아마 카페거리로 유명세를 얻었던 “프랑스인의 마을” 서래마을일 것이다. 지금은 예전의 명성에 비해 많이 상권이 쪼그라든 모양새지만, 푸르른 몽마르뜨 공원만큼은 여전하다.


나지막한 시계탑이 매력적인 몽마르뜨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다. 원래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던 이곳은 파리의 유명 관광지이자 지역구인 몽마르트르(Montmartre)의 이름을 얻어 새로운 공원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공원 한편에 걸쳐 넓은 반포대로를 가로지르는 철제 공중 다리인 누에다리에서 조망하는 높은 빌딩 숲이 이채롭다.


몽마르뜨 공원에 서 있는 “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작품


아기자기한 주택가를 넘어 도착한 카페 거리에서 어렵게 착석한 맛집으로 유명한 한 프랑스 디저트 가게. 이름도 발음도 어려운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본다. 카페 거리 중간쯤에는 서울 프랑스학교(Lycée français de Séoul) 건물이 서울과 프랑스, 양국의 균형을 맞추듯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서래마을의 한 프랑스 디저트 카페


사실 한국의 지명에 외국 이름을 붙이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한국의 나폴리, 통영이라던가. 통영 자체로의 매력이 죽어버리는 느낌이다. 한국 산의 그 어여쁜 능선에 얼기설기 그리스-로마 건축의 이오니아식 기둥을 갖다 붙이고 한국의 유럽이라고 홍보하는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그 언젠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차르스코예 셀로(Ца́рское Село́, 차르의 마을)에서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선명한 민트색 지붕을 얹은 인조 중국 궁전을 마주하는 것 같다.


다만 한국과 공존하며 살아남은 외국인 마을들의 코즈모폴리턴적 분위기는 예외다. 샌프란시스코의 밝은 분위기에 경쾌함을 한 템포 올려주는 붉은색으로 가득한 차이나타운과 같이, 원주민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녹아들어 간 타지인들의 하모니에는 이국적 정서와 꼭 이곳에서 같이 살리라는 아름답고 강렬한 삶의 의지가 있어서다.


누에다리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전경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고 세계여행의 희망이 보이나 싶던 찰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국제유가로 다시 비행기 타는 여행은 요원해졌다. 불현듯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이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치고 들어올 때쯤, 잠시 서울 안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매력적인 외국인 마을 거리를 타박타박 걷는 것은 어떨지. 역 향수병을 달래는 데 이만한 처방전은 없지 않을까.




Copyrights © 2022 Sunyoung Choi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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