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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수 있는 이유

지금이 아니면 안 돼 (It’s now or never).

by Sunyoung Choi

“또 여행 중이야? “


나는 지인들에게 여행 자주 다니기로 유명하다. 좋게 말해 글로벌하다고 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방랑벽이 도진 거랄까. 사실 그동안 나는 특별히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틈날 때마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가본 곳 리스트가 점차 불어나는 게 아닌가? 이젠 지도에서 안 가본 곳을 꼽는 게 더 빠를 정도다. 말 그대로 여행이 생활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시간이 넘쳐나는 백수도, 돈이 남아도는 부자인 것도 아니다. 학생 때는 도서관 근로장학생, 영어 과외 등을 하며 돈을 모았다. 지금은 그저 지옥철에서 파김치가 되어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황금연휴를 손꼽아 기다리는 월급쟁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그런 내가 여행을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늘, ”지금이 안되면 안 돼“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던 거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가?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 간다는 거지?


주말엔 침대만큼 달콤한 유혹도 없다. 따뜻한 이불 밖은 위험해. 침대에 드러누워 SNS 피드를 업데이트한다. 남들이 여행 다녀온 사진을 계속 보고 있자면 어느새 주말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나도 다음번엔, 하고 다짐하지만 그 다음은 어지간해선 잘 오지 않는다.


로마의 포로 로마노(Foro romano)에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팝콘 터지듯 활짝 핀 4월의 벚꽃도, 가을날 흐드러진 억새밭도 때가 가면 지고 만다. 젊은 날도 영원하진 않은 법. 자연의 법칙이 그러할진대, 언제까지 여행 가기 완벽한 때를 기다릴 건가.


나는 낯선 여행지의 풍광에 몸을 맡길 때 살아있음을 두 배로 느낀다. 상쾌하기 그지없는 공기를 만끽하다 보면, 고민거리로 마비되었던 머리에도 숨 쉴 구멍이 틔이는 것 같다. 답답한 날이 계속되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가방을 메고 밖을 뛰쳐나간다. 그리곤 산소를 잔뜩 공급받은 물고기처럼 기운차게 돌아오곤 한다.


시간이 없는 바쁜 직장인이라, 돈이 없는 백수라 여행을 갈 수 없는 게 아니다. 여행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당장 주머니에 교통 카드 하나만 챙겨 들고 504번 버스라도 타보자. 눈부신 한강을 거쳐 서울 구도심을 달리면 일상에 여행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일단, 집 밖으로 향하는 그 첫 한걸음이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지금이 여행 가기 가장 좋을 때다. 방 한편엔 언제든지 둘러매고 뛰쳐나갈 수 있는 배낭을 놓아두자. 거창한 계획도 좋지만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게 평범한 내가 여행하며 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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