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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16. 2017

#11. 오늘을 표기하는 방법

꽤 괜찮은 오늘을 살고 싶어요 , 늘

런던의 어느 카페 테이블에 앉아 엽서의 마지막 August 7th, 2011 이라 날짜를 적고 있던

나를 향해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프랑스인이 갑자기 한 마디를 던져 왔다.  


"당최, 이 세상에서 월 (月)을 먼저 이야기하는 나란 아메리카뿐이 없을 텐데. 쯧."  


(미-불 관계야, 그간의 사전 지식으로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아는 바이지만)

국가적 반발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나 그것은 오직 미국적인 표기법이라며,

갑자기 엽서를 쓰던 나에게 볼멘소리로 한 마디 쏘아붙이던 그 사람.



7th, August 2011 or August 7th, 2011


정말 말 그대로 직역하자면 7일 8월 2011년 혹은 8월 7일 2011년.

한국말로 월/일을 이야기할 때 월과 일의 순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그 프랑스인의 이야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영어적 지식을 배제한 채) 왜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륙에서의 날짜 표기법에 차이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오지랖 넓은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은 유러피언이 아메리칸보다는 조금 더 '오늘'에 충실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오후면 도시 곳곳의 상점들이 어김없이 닫혀버리고, 퇴근 시간이면 칼같이 일터를 떠나는 사람들.

그들에겐 나와 나의 가족이 있는 '오늘'이 내일의 물질보다 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

 

미국과 그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별 수 없이 주한 미군이 몇십 년째 주둔하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자유와 기회의 땅의 나라와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우리의 오늘이 내일 보다야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 지향적이고 업무 마감에 늘 쫓기듯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의 hard working 네트워크에서는 일자별로 진행되는 업무와 월별 목표 앞에서 가족과 보내는 저녁시간은 쉽게 증발되어버린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로 자리 잡아와버린지도 오래다.



여름이면 짧게는 2주, 길게는 6-7주의 휴가를 떠나고. 일 년 중 오직 이 바캉스를 위해서 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한 유러피언들. 일보다는 나의 오늘과 휴가를 더 소중히 여기는 듯한 유러피언들의 생활방식이 못내 부러워지는 건 더 많은 돈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좇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나는 쉽사리 가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늘 내가 사는 오늘은 정신없이 지나가버렸고 어느새 자정을 넘겨 내일로 사라져 버렸던 것만 같았다.



오늘을 제대로 살기.

처음 본 나를 보며 혀를 차던 그 프랑스인의 얄궂은 '쯧쯧..'은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들려오고 있었다.


'무얼 하든, 어디에 있든, 늘 너의 오늘을 살라고. 진짜 너의 시간, 너의 마음을 위해서'


난 엽서에 August 7th, 2011이라고 적었던 날짜를.. 슬며시 7th, August 2011이라 고쳐 적었다.




#물질의여유보다 #시간의여유를좇는

#진정_그런내가될수있을까


#오늘밤엔_꽤괜찮았다_제대로살았다_이야기할수있는

#그런_오늘을_한번_살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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