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차선으로 선택한 영화가 더 재밌기도 하지
지난 유럽 방랑 중 이 나라 저 나라 도시도시를 떠돌다 보니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부득이하게 그리고 안타깝게, 짤막한 일정만을 보내게 되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헝가리였다.
'에이, 그래도 뭐, 원채 유명하기도 유명하고 이전부터 동경해 마지 않던 다른 나라에서 진한 시간을 보내면 되니까'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헝가리에서의 일정을 늘리지 않았었다.
난 헝가리에 대한 여행 책자도 없었던 터라 일부 몇가지 장소를 제외하고는 부다페스트에서 내가 찾은 곳에 대한 정보들이 없었다. 무작정 길을 걷다가 마주친 성당은 한없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주었고, 성당 바깥에 자리한 장터는 무척이나 활력이 넘쳤다. 고요와 활력의 조화가 왠지 모르게 묘한 즐거움을 주었던 부다페스트의 성당. 우리나라만큼 매운 맛을 좋아한다는 헝가리 사람들의 문화를 얕게나마 기념품샵에서 스쳐가면서 그냥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지던 곳.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이름모를 부다페스트 성당, 오른쪽 :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담은 평화의 성당
마치 별 기대 없이 본 영화가 더 큰 재미로 다가오듯, 시간대가 맞지 않아 차선으로 보게 된 영화처럼
막상 직접 찾아 시간을 보낸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그렇게 내게 기대 이상의 매력을 뿜어내는 곳이었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기념품 샵에서 만난 헝가리 마그네틱
나는 여행지에서 시간이 모자를 때면 가능한 먼저 도시의 기념품 샵을 찾곤 했는데 헝가리에서는 특히 더 기념품 샵을 꼭 가고자 햇다.
도시별 마그네틱을 모으는 소소한 취미도 이유였지만, 기념품 샵은 상투적이고 상업적인 반면 그 곳의 대표적인 명물들과 특징들을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역시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부다페스트의 다리, 오른쪽 :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담은 밤의 다리
게다가 '야경을 보려면 부다페스트로 가라' 는 누군가가 한 말의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던 이 곳의 야경. 헝가리만의 독특한 건물양식과 어우러진 황금빛 조명은 장관을 연출했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한밤 중의 어부의 요새, 오른쪽 :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담은 어부의 요새.
비록, 매우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나는 이 곳에서 우연히 2유로 샵을 발견한 덕분에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스케치북과 색연필들을 양껏 고를 수 있었고 대도시의 분주한 야경과는 전혀 다른 활활 불타는 밤을 만날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는 짧았지만 내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섯글자 있는 그대로.
상 상 그 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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