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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10. 2017

#6. 프라하는 맛나다

연금술사의 황금소로가 있는 곳, 그곳의 맛

많은 유럽의 거리가 그렇지만 특히 체코의 프라하를 거닐고 있노라면 마치 중세시대의 영화 속 한 장면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중세 속 프라하를 그대로 간직한 골목, '황금소로(Ggolden lane)'                              

아기자기한 색채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 황금소로는 프라하 성 안에 자리잡은 골목길로 그 옛날 연금술사들이 묘약을 만들던 골목이라고 했다.

몇 년전, 배낭 하나들고 유럽을 방랑하던 시절 늘 스케치북과 2유로짜리 물감도 함께 들고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스케치북을 꺼내 들게 하던 도시 중 하나가 프라하였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프라하성 입장권, 오른쪽 : 스케치북에 수채로 담은 황금소로 길                                                                

연금술사들이 모여 살던 색색깔의 집이 줄지어 늘어선 황금의 길.                                      

황금의 길을 걷고 싶은가, 그렇다면 프라하 성의 입장권을 사라!


금과 더불어 불로장생하는 비약을 만들 궁리로 똘똘 뭉쳤었다던..황금소로의 사진이 떡하니 박혀있던 프라하성으로의 티켓은 그저 그 자체로 신비스러움을 자아냈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의 지붕들, 오른쪽 : 스케치북에 수채로 담은 프라하의 주황빛 지붕,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여유

                                                                                   

프라하 성이야 주 관광스팟으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명소였지만, 나에게 "캬.."라는 외마디를 외치게 했던 것은 프라하성에서 내려오던 길에 만난 카페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의 지붕들이었다.

주황색 지붕들과 고풍스러운 양식의 건물들이 선사하는 뷰도 그 자체로 너무나도 멋진 선물이었지만 사실 내게는 그 풍경을 오롯이 나 홀로 바라보며 커피 한잔과 함께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그 '여유로움'이 주는 행복감이 더욱 컸던 것 같다.

 

 ⓒ클로이의순간포착  - 왼쪽 : 혼자 즐기던 레스토랑의 우아함과 배부름, 오른쪽 : 스케치북에 수채로 담은

잊지못할 혼찬 (혼자만의 만찬)


내게는 그 어떤 공연장의 VIP석보다도 훌륭했던 프라하성 인근의 카페에서 내려와 한참을 돌아다니다 간만에 레스토랑을 찾아 버드와이저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버드와이저의 증고조*100....할아버지 쯤 되는)

부드바이저 한 잔과 체코의 전통음식인 슈비츠코바를 주문했다.

 

햄버거 세트 하나에 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스위스를 지나온 탓인지 블링블링한 레스토랑들 앞에서 한없이 쓸쓸했던 배낭여행객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었던 체코의 체감 물가.

(스위스와 영국 대비 약 20-30%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 같다.)


비록 당시의 나는 프라하의 솔로였지만,

프라하의 성에서 내려다보며 마시던 에스프레소 한 잔과

프라하의 야경을 바라보며 마시던 부드바이저 한 잔이 있기에 그 순간만큼은

프라하의 연인이 남부럽지 않았다.

 

특히, 호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의 신분으로 더더욱 사랑스럽기 그지 없던 프라하..하하.                  

프라하를 다녀온 나의 친구는 프라하를 로맨틱한 도시라 표현했지만, 온전한 풍경과 풍족감 모두를

맛 보게 해 주었던 프라하는 아직도  로맨틱 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lovely city로 남아있다.              

                  



사람에게도 이름이 중요하듯이 길에게도 이름이 중요한 걸까.?
황금을 만들던 길, 황금소로.
그리고 왠지, 이 곳에선..신비한 연금술의 흔적들을 아주 조금이라도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냥. 빛나 보였거든.
색색의 지붕들. 카프카가 작업하던 집. 이름 자체로 빛나던 황금 소로.
왠지 조금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거지.
금을 만들어내진 못 하더라도 우리 삶을 빛나게 만들어 내는
그런 생의 연금술을 찾고 싶어서.
그래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이 곳 까지 온 건 아닐까 싶었어.
일상의 반복 속에서 황금같은 행복을 소소히 찾기 위해.
아이러니 하게도 프라하성 아래 주황빛 지붕들을 홀로 내려다보며
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거야.
정말, 아이러니-하게 말야.                                          
프라하의 연인 남부럽지 않게 내 배에 행복이란 놈을 그득그득 쌓게 해 준
블링블링했던 나만의 저녁 만찬.
얼마만 이었을까.
그간의 떠돌음 끝에 내가 저녁에 레스토랑을 찾았던게.
가끔은, 이래야 살 맛 나지.
내 몸과 영혼에 허기가 져
그렇게 배곯다가도, 한번씩은 배부를 수 있어야,
이래야 좀 살 맛 나지.

 



#이렇게_한번씩이라도_배부른순간을_가질수있다면

#한끼의기억으로_살아갈힘을_얻을수_있을지도 몰라.

#한번씩이라도_우리가_위로와위안의_손길을_내민다면

#누군가의_하루가_조금은_더_맛있을수_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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