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옷을 정리하며
약 2주에 걸쳐 쮸의 옷들을 정리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옷, 큰 맘 먹고 장만한 거라 끼고 있었던 옷, 어린시절 나의 로망이라 품고 있었던 옷 등등. 모든 옷들을 미련 없이 옷장에서 빼냈다. 내가? 아니고 쮸가.
쮸를 키우며 상하의 세트로 된 실내복을 제대로 짝맞춰 입혀본 적이 없다. 상의에 스파게티 소스를 묻히고 하의에 오렌지 쥬스를 쏟고... 이런 식으로 각각 세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하 세트 맞추기는 날잡고 하지 않으면 불가능해 진다.
세탁기로 휘휘 돌려도 남아있는 얼룩은 '그러려니'하며 입혔다. 친정엄마께서 우연히 보고 해결해 주지 않는 한 갓 세탁한 옷에도 가끔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 모든 것에 날을 세우면 소소하게 손이 많이 필요한 집안일에 두손두발 들게 될 것 같아 '적당히 내 자신과 타협'한 덕분이었다.
헌데,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세탁법을 찾아 묵은(?) 얼룩들을 제거했다. 실내복도 상하의 짝을 짓고 세트로 산 옷들과 악세사리들도 온 집을 뒤져 세트를 맞췄다. 그냥 보내기 아쉬운 옷들은 집에 있는 유아용 마네킹에 입혀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성당으로 보내는 옷들은 행여 세트를 흐트릴까, 비닐에 담아 "상하의 세트를 맞춰두었습니다"라고 메모를 넣었다.
쮸와 나의 어린시절(?)이 이렇게 떠나가는구나... 찡하고 짠한 마음이 되었다.
"옷이 참 많네요"라는 택배 기사님 말에 "그러게요. 참 많았네요." 답했다. 택배차가 골목에서 사라질 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
"잘가요, 어린시절."
"잘해봅시다, 다가올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