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11화

샤를로텐부르크 문 앞 시장 - 베를린 11

로얄코펜하겐이 1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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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rgarten 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벼룩시장과 샤를로텐부르크 문



베를린에서 S1-반을 타고 티에르가르텐(Tiergarten) 역에 내리면, 플랫폼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눈앞에 아름다운 샤를로텐부르크 문(Charlottenburger Tor)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도시의 경계에 세워진 이 문은 마치 오랜 시간 동안 베를린의 서쪽을 지켜온 수문장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1907년에서 1908년 사이, 당시 독립된 도시였던 샤를로텐부르크 시가 베를린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세워졌다.


양쪽에는 프로이센의 초대 왕 프리드리히 1세와 그의 왕비 소피 샬롯의 조각상이 서 있는데, 바로 이 여왕의 이름이 ‘샤를로텐부르크(Charlottenburg)’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


베를린의 문이라고 하면 대부분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을 떠올리지만, 샤를로텐부르크 문은 그보다 조용하고, 조금은 서정적인 느낌이 든다.

샤를로텐 부르크 문 하나를 설명하려니, 티에르가르텐과 브란덴부르크 문도 덩달아 설명이 필요한 곳이구나.


베를린 한가운데에 자리한 티에르가르텐(Tiergarten)은 도시의 심장 같은 공원이다.

이곳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베를린 사람들의 일상과 역사가 오롯이 스며 있는 공간이다.

‘티에르가르텐’이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동물 정원’이라는 뜻이다.

17세기 초, 이곳은 프로이센 왕실의 사냥터로 쓰이던 숲이었다. 왕들이 사슴과 멧돼지를 사냥하던 넓은 숲이 세월이 흐르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고, 지금은 베를린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 공원으로 변했다. 여행객들도 현지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아주 크고 넓은 공원이다.


티어가르텐(Tiergarden) 역 앞과 샤를로텐부르거Charlottenburger Tor) 문 사이의 광장에 역사를 가진 벼룩 시장이 있다. 공식적인 명칭은 샤를로텐부르거 플로마르크트(Charlottenburger Flohmark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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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과 문 손잡이 철제품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시장의 모습에 설레기도 하고 득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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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텐부르거 플로마르크트(Charlottenburger Flohmar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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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텐부르거 플로마르크트(Charlottenburger Flohmarkt) 벼룩 시장



그림도 많고, 도자기도 많고, 옷도 많고, 액서리도 많고, 가구, 악기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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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도자기 -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왼)과 독일의 마이센(오른)



특히 그곳에 로얄 코펜하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정말로, 시장 한쪽에는

고풍스러운 로얄 코펜하겐 그릇들이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빛을 받고 반짝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순간 괜히 설렜다.


하지만 벼룩시장이라고 해서 가격이 가벼운 건 아니었다.
접시 하나에 50유로라니, 손끝에서 살짝 망설임이 스쳤다.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하면 한 세트에 20만원이 넘으니깐 싼 가격이 맞다.

하지만 여긴 벼룩시장이잖아.


그러다 문득, 진열대 한켠에 홀로 남아 있는 홍차 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잔은 마치 “나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낡았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그 잔을 바라보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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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매한 로얄 코펜하겐 한 세트



세상에, 세상에!!!

홍차잔 한 세트를 단 10유로에 샀다. 잔과 소서를 따로 계산하면 각각 5유로라니, 믿기지 않았다.
“이런 게 바로 득템이지!” 하며 나도 모르게 들뜬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길,

갑작스러운 경찰 통제로 지하철 운행이 멈춰버렸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플랫폼,
꺼져버린 핸드폰 배터리,
그리고 돌아가야만 했던 낯선 길.
하염없이 걸으며 문득 깨달았다.
아, 세상에 정말 공짜란 없구나.


분명 오늘, 비싼 잔을 너무나 싸게 샀지만
그 대신 내 시간을 통째로 내어준 셈이었다.


그래, 세상엔 공짜가 없다.
싸게 사고, 대신 시간을 내어주고.

벼룩시장에서 5유로짜리 잔을 샀지만,
세상은 그만큼 내 하루를 가져갔다.

KakaoTalk_20250907_224216973.jpg 홍차 대신 커피를 채우고

그래도 괜찮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잔을 깨끗이 씻고,
홍차 대신 커피를 한 잔 따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생각한다.
'그래, 싸게 샀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자.
세상은 언제나, 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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