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베를린 10화

통곡물 식빵 - 베를린 10

죄책감 없는 빵

유럽은 확실히 건강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친정엄마는 빵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를 볼 때마다 늘 잔소리를 하신다.
“빵 좀 그만 먹어라. 밀가루는 몸에 안 좋아. 끊어라.”


그 말은 어릴 적부터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 빵은 늘 행복이었다.
향긋한 냄새, 따뜻한 결,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퍼지는 고소한 향까지
그 모든 게 참 좋았다.


그래서 엄마가 외손주를 만날 때면 꼭 묻는다.
“너네 엄마, 또 빵 많이 먹었지?”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엄마, 건강한 빵이에요. 유럽빵이라 괜찮아요.”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의 잔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처음 유럽에서 통곡물 식빵을 먹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시큼한 냄새, 약간 텁텁한 맛.
한국에서 먹던 부드럽고 달달한 흰 식빵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낯선 맛이 한 번 먹고 나면 계속 생각났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통곡물 식빵에 맛 들여졌다.


이 빵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거나,

살라미를 올리기도 하고,

오일에 절인 청어를 올려 먹기도 하고,
달콤한 잼을 발라 먹고,
가볍게 구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빵이 시큼한 물기가 있어 촉촉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통곡물로 만들어 영양도 풍부하다.


처음엔 식초 향처럼 느껴졌던 시큼한 맛도
이젠 익숙하고, 오히려 없으면 허전하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몸에 안 좋을까 봐’ 미안한 마음으로 먹던 예전의 빵과 달리,
이 빵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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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식빵은 독일의 유명 제빵회사 Harry의
Vollkorn 통곡물 식빵이다.

이름은 anno 1688.
회사가 설립된 연도를 뜻한단다.

300년이 넘은 제빵 회사라니, 참 대단하다.

역시 유럽은 무엇이든 오래되고, 깊다.


나는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를 떠올리며
따끈하게 구운 통곡물 빵 한 조각을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었다.


입안에 퍼지는 그 고소한 향이 참 좋다.

“엄마, 이건 건강한 빵이에요.”

혼자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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