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연장, 기다림 - 영국생활 27

우체국으로

비자 연장 시기가 다가올수록,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남편은 그때마다 짧게 대답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남편도 잘 몰랐던 것 같다.


남편의 계약 기간이 끝나가고,
회사에서는 비자 연장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믿었다.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있다고,
아니,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왜 그렇게까지 머물고 싶었는지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시절, 영국은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에게
점점 좁은 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 멀고 낯선 글자였다.
그저 내일의 생활, 익숙한 거리,
늘 걷던 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만이 있었다.
그 두려움조차 어떤 모양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


우리는 우체국으로 향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좁은 우체국 안에서
물건을 부치듯,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이 '비자 연장 신청용'이었지만,
어쩐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
조용히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허전하고 막막한 마음을
아이들 곁에 조용히 눌러 담았다.


조마조마한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고,
답장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떠나야 했다.


회사에서는 "다시 올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손을 써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믿은 채, 우리는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을 지나며 고이 아껴둔 옷들도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일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다시 짐을 싸야 했다.


그땐 몰랐다.
떠남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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