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욕구들
초등학교2학년이 되면서 첫째 아이가 유독 엄마에게 외모 지적을 했다.
"엄마 뱃살... 엄마는 살이 많아서..." 등등 외모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늘었다.
아이 눈에 엄마가 살쪄보일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아이가 친구를 대할 때도 혹여 외모평가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마른 사람, 살찐 사람... 사람 모습은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외모 지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뭔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다음날
아이가 다가와 "엄마가 날씬했던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 살을 좀 빼면 좋겠어"라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찰나에 엄마로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되었다. 더 이상 외모지적이나 얼평의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이 아이가 요구하는 것처럼 나도 아이에게 어떤 요구들을 하지 않을까?
나는 그 요구들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인 나는 당연히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 아이가 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수히 많은 요구들을 한다.
자기 전엔 꼭 이를 잘 닦아라, 반찬을 골고루 먹어라, 아침에 지각하지 않도록 일찍 일어나 준비해라 등등
아이를 위해 많은 요구들을 한다.
아이도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진지하게 엄마에게 살을 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엄마를 포함한 많은 어른들은 시시각각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한다.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걱정되고 너 잘되라는 마음으로 이러해라, 저러해라가 일상이다.
아이는 어른에게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요구가 많다.
간혹 아이에게 된소리를 들은 어른들은 "어린것이 뭘 안다고, 되바라졌다"등등의 말로 무시하기 일쑤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을 염려하는 어른의 마음을 알아주고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아이의 이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나는 가족들과 건강하게 살기 위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우리 엄마는 운동해서 5kg이나 살을 뺐어요"
그 한마디에는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해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요구가 실현된 것의 뿌듯함이 실려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바라는 무수히 많은 요구의 부담스러움과 그 속에 작게 자리잡은 애정이 나를 어른 편에 서게도, 아이 편에 서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