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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Oct 21. 2023

나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봐야겠다.

흉터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내가 우울함을 느낀 것은 정말이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지낸 것도 꽤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작가를 하겠다면서 글을 쓰고, 처음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세상에 내보인 책이 나의 그동안의 우울함을 담은 소설책이었다. 소설 속 나오는 주인공 두 명에게 학생시절부터의 내 모습을 투영시켰다.

그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부모님의 다툼을 처음 본 어린 시절부터 당시 제일 최근의 나의 모습까지 되돌아봤다. 그렇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혼자 숨죽이고 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었고, 한 편으로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한 부모님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등 원하는 것들을 소설 속 인물을 빌려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 쾌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 내 글은 나의 상처가 없었으면 나오지 않았겠구나, 아프지 않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겠구나.’     


 나는 내 안에 쌓이는 감정을 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겪는 모든 감정과 내가 하는 생각들이 글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글을 쓸 수 없거나 억지로 쥐어짜가며 글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가 아마 나의 우울감이 점점 심해지면서였던 것 같다. 작년(2022년) 3-4월부터 나는 사실 크게 즐거움을 느끼는 날이 적었고, 무기력해지는 날도 많았고 스스로 느끼기에 감정이나 생각, 생활이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것 그때는 그저 나이가 들어서, 매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점점 심해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심해지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생활해야 했고, 그 생활이 편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곪아 터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신적, 육체적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상처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더욱 관찰해 봐야 될 것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 글을 썼지만 그것이 나의 오랜 기간의 상처가 낫는데 도움이 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어쩌면 나는 글을 쓰면서도 주변 반응을 생각하느라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그것이 더 좋지 못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확하게 하고 싶은. 내가 인정하기 싫었던 나의 생각과 모습을 적으면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릎이 까져서 상처가 났을 때 그 상처를 인정하고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서 흉터가 남는다고 해도 상처는 낫고, 그 흉터가 나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상처로 계속 놔두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흉터로 완전히 나의 것이 되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썼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 있을까 걱정됐던 우울감에서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울함을 없애는 것에는 많은 방법이 필요하고 그것은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고, 내게는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 맞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면서 몇 년 전과 달라진 생각으로 나를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꽤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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