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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Oct 28. 2023

뚜렷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울증 약과 영양제를 함께 먹기 시작하고 나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제일 먼저 변화를 느낀 부분은 하루 중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매장에서였다. 일을 하면서 크게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일의 순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고 그 생각을 내 몸이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일의 능률이 올랐다는 것이다.

일의 능률이 오르니 주문이 쏟아져도 걱정이 없어졌다. 


(아,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분명 계시겠죠? 저는 현재 프랜차이즈 카페 직영점에서 2년째 근무 중이고, 몇 개 없는 직영점 중에서 바쁜 쪽에 속하는 매장에 있습니다^-^)


 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만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지금 일하고 있는 카페 전에 일했던 곳에서 느끼고,

이 매장으로 온 뒤로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나는 이 카페로 오고 몸과 마음이 꽤 버거웠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털어놓지 못했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지고, 몸이 서서히 회복하자 일하는 것 외에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다시 재미있어졌고, 글을 쓰는 것이 다시 즐거워지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주말을 쉬고, 체력을 회복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 것 중 하나가 주말 운동이었다. 체육관을 나가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본가에 있고 체육관을 가지 못 할 때는 근처 개천가를 따라 걷고, 뛰면서 주말을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씻고 식사를 챙겨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몇 개월 동안 무기력하기만 했던 나는 이미 없어진 것 같았다.     


 주말을 온전히 내 것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하고 몸과 정신이 처음으로 좋았던 날 산 펜 드로잉 책을 보면서 종이에 매번 다른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래나 듣기만 해도 되는 TV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그리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야 책과 종이에만 집중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혼자 보낼 수밖에 없는 주말은 운동이나 그림으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언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주말 하루는 전시회나 박람회를 보러 다니고, 좋아하는 길을 산책했다. 언니와 취미, 취향이 닮았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함께 그림 전시회를 보러 다니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의 느낌을 알았고, 좋아하는 화가도 생겼다. 그렇게 다시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 좋았다. 다시 한번 이제라도 병원에 가서 다행이라고, 힘든 원인을 없앤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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