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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May 10. 2024

10. 기대하지 않는 방법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감정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기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이 아파봤던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마음은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나타내는 병명은 많다. 우울증, 번 아웃,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등 

우리는 흔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받을 수 있는 질병을 앓게 되었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신체적으로도 증상이 나타나지만 그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며 나아질 때 깨닫기도 한다. 각자 다르지만, 나는 그랬다. 나는 내가 잠도 잘 못 자고, 먹는 것도 시원찮고 그래도 그저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것이 내가 우울도와 불안도가 높아서 그런 것이라고는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왜 마음이 아픈 걸까, 아니다. 나는 왜 마음이 아팠던 것일까? 

내가 마음이 아팠던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몇 가지 이유가 나왔다. 첫 번째는 함께하는 상대에게 원하는 만큼 애정을 받지 못해서였고, 두 번째는 부모님의 불화를 너무 오래 보고 지내왔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상대에게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기대했느냐 하면 내가 그들에게 보내주는 정성만큼 내게 똑같이 정성을 보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정도에 미치지 못하자 나는 그들에게 서운해했고, 속상해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왜, 안 해줘?’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지난 시간 언젠가 비슷한 상황들을 다 들춰보곤 했다. 그러면 기대를 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답은 사실 쉽고,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마음이 뜻하는 대로 ‘생각’, ‘의지’, ‘감정’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마음이 아픈 것을 격렬하게 차단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 이유를 알면 기대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 기대의 정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랬더니 그들과 나 사이의 ‘선’, ‘벽'이 희미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가까운 사이가 될수록 원하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들과의 선이 점점 짧아질수록, 그들과의 벽이 점점 허물어질수록 기대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과의 선을 다시 생각했다. 내가 그들에게 서운해하는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그들과 나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하고, 내가 생각한 거리와 그들이 생각한 거리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려고 했다. 그들과의 거리를 인지하기 시작하자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가도 정리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바꿀 수 없다.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어려운 일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내게 기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를 줄여보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내가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그와의 거리와 그가 생각하는 나와의 거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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