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걷지 않는 그 길을 걸었어.
뭔가 새로운 기분이었지.
그리고 뭔가 차분해지는 것 같았어.
오랜만에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노래가 아닌 주위 소리를 들으며 걸었어.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았어.
그 긴 터널을 다 걸어 나왔을 때
이유 모를 깊은 한숨을 뱉어냈지.
동네에 조금 긴 터널이 있다. 그 터널을 항상 차로만 지났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 터널은 무언가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어서 걷고 싶은 길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아무래도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우니 버스비 몇 원이라도 아껴보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바리스타로 몇 군데 면접을 봤고, 그날도 면접을 보고 잠깐 친구를 만났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정말 바리스타로 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다. 마음이 복잡한 상태로 걷다 보니 그 터널이 있었다. 터널에 들어서니 한쪽은 터널의 벽이었고, 한쪽은 아크릴 판으로 막혀 차로 인한 소음과 먼지를 막아주고 있었다. 주황색 등들이 길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길게 놓인 길이 새로웠다. '네가 갈 길은 여기밖에 없어.'라고 누가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저 멀리 터널의 출구이자 입구가 보이는데 내가 저기를 나가서 계속 걸으면 집에 갈 수 있는데 닿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고 주위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만 들었다. 조용한 것 같으면서 조용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고,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터널의 끝이 멀다고 느껴진 것은 여전했는데 '이왕 걷기 시작했으니 걸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걸었다. 터널을 걸으면서 '저기를 나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터널을 나왔을 때 이유를 알지 못할 깊은 한숨이 뱉어졌다. '해냈다.'의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