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참 이상하지

by DAON 다온

이상하게 '안 할 거야, '라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너한테는 술술 말해버려.


이상하게 '이 정도까지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너한테는 그 선을 금방 지워버려.


이상하게 '내 마음대로!'라고

굳은 결심을 하면서도

너의 생각이 크게 느껴져서 내가 작아 보여.



14년을 함께 하면서 어느 때는 서로를 몰라서 자주 다투기도 했고, 어느 때는 서로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가까이하면서 만나는 날이 기대되고 헤어짐이 아쉽기도 했고, 어느 때는 매우 익숙해져서 옆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서로의 가족이나 연애 이야기 등 많은 것들을 나누는 사이라 내 입장에서는 말하지 않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에는 '이건 말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생기고는 했는데 이상하게도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술술 말하게 된다. 내 마음을 꿰뚫는 듯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 나는 '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나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도 진해지는 관계 속에서 그럴 수 없었다.

관계가 짙어지면서 나는 친구를 대하는 것에 조심성이 늘어났다. 내가 보여주지 않은 모습과 성격, 호불호가 점점 보일수록, 내가 친구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늘어날수록 나는 나의 행동과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것들이 친구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소중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졌고, 한 편으로는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내가 친구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을 벗어나거나 만들어 놓은 선을 없애고는 했다. 나만 알고 있는 그 선이 없어질 때면 나는 혹시나 친구가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그랬다.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비슷하거나 닮은 부분이 늘어났지만 우리는 어찌 되었던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이 때때로 느껴져서 나는 내가 작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있었다.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다를 뿐인데 나의 생각을 말했을 때 친구의 답이 더욱 맞는 것 같고 내가 틀린 것만 같아서 '왜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하냐'라며 자책을 하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그런 내 모습이 싫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친구에게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맞을까 의심이 드는 날도 있었다. 내가 혹시 친구에게 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14년을 함께 보내면서 마냥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서 나는 이 관계가 더욱 특별하다. 학생 때의 다툼과 성인 때의 다툼이 다르고, 학생 때의 즐거운 날과 성인 때의 즐거운 날이 달라서 나는 이 관계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함께 살게 되면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더 알게 되고 내가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되면서 때로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가 때로는 더욱 가까워진다. 이런 관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친구 같다가 언니 같고

언니 같다가 사회 상사 같고

그러다가 다시 친구 같은 그런 관계

위로받았다가, 서운도 했다가

금방 이해가 되는 그런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