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나의 고양이, 도도

by DAON 다온

내일이면 너랑 만난 지 6년이 된다.

시간은 참 알 수 없는 것이야.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흘러가버리잖아.

너랑 이렇게 함께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는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구나.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2013년 8월 23일, 집 앞에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삼색의 털이 섞인 아이였고, 한 마리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아이였다. 삼색의 아이는 힘이 없는지 제대로 울지도 못했는데 검은 아이는 앙칼지게 울어대고, 하악질을 하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길고양이 몇 마리를 챙기고 있던 나는 그 경고가 무섭지 않았다. 그저 삐약거리는 수준. 아기 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밖에서 이제 막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마냥 작다는 말에 아직 이빨도 나지 않은 아이들이지 않을까 싶어 급하게 마트로 향했다. 정신이 너무 없어서 반려동물 코너에는 갈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락토프리 아기 분유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너무 작아서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아서 겁이 났다. 손바닥에 겨우 들어오는 아이들이 조심스러웠다. 앙칼지게 우는 아이를 안아 들고 쓰다듬었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 앙칼진 울음이 멈췄다. 그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네가 좋은가 봐.'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그날 밤 아이들은 우리 집의 현관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 앞이 시끌시끌해졌다. 동네 아이들이었는데 집 앞에 놓은 상자를 보면서 '없는데, 없어, ' 이런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집을 나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전 날 어미가 없는 채로 두 마리만 근처 지상 주차장에 있었는데 아이들은 어미가 없으니 이 두 마리를 본인들이 키우겠다며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동네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키우지 않을 거면 데리고 놀지 말고 우리 집 앞에 상자(당시 고양이들 밥 주던 상자)에 데려다 놓으라고 했다고 한다. 사정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언가 화도 났지만 동네 아이들이 뭘 알까 싶어 화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그날 동네 어귀에서 놀던 아이들이 아기 고양이들의 엄마를 찾았다며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그 품으로 아기 고양이들을 돌려보냈다(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는 이미 사람 냄새가 묻은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다음 날 알게 된 나는 아이들이 있는 그 안이 보이는 창고 문을 열었다. 날이 더웠던 여름, 물 한 방울도 제대로 먹을 수 있던 그 시간을 삼색 아이는 이기지 못하고 떠난 뒤였다. 심지어 이미 몸이 없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급하게 그 아이를 해결하고 남은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그러나 경계심이 가득한 아기 고양이를 쉽게 데려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 나는 학교를 가야겠는데 준비를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창고 앞으로 향했다. 아기 고양이가 문 앞에 가까이 나와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재빠르게, 그러나 조용하게 자물쇠를 열고 망설임 없이 아이를 잡았다. 그렇게 우리 집에 고양이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아이를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한 달 정도는 현관문과 미닫이문 사이에 있는 공간에 이동장을 놓고 그 안에서 지내야 했다. 어느 정도 컸을 때 입양을 보내는 방향으로 말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도 이 아이가 어디론가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신 듯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을 허락하셨다. 집 안으로 들어온 아이는 당당하게 장판 위를 걸었는데 자르지 않아서 긴 발톱이 장판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이 아이의 이름이 되었다, '도도'

도도가 들어오고 함께하는 것이 어색한 날들이 있었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고?'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도도가 조용히 자고 있을 때면 문득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숨을 쉬느라 움직이는 배를 한참 보고 안심하기도 하고, 혼자 두고 집을 나가면 무언가 미안하고 그래서 괜히 눈물도 나고 그랬다. 그러면서 점점 도도가 없는 것이 더욱 어색해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내가 힘들고, 바쁜 날을 보내야 했을 때 도도는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돼주었다. 문득 외로움이 커지거나 힘든 날이 찾아올 때 함께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내가 언제든 어디선가 쉬고 있는 도도에게 가서 쓰다듬어 주거나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이 큰 위로였다.

도도는 이제 아홉 살이 되었다, 고양이 수명이 20-24년이 평균인데 도도는 그 평균의 반 정도에 들어서고 있다. 함께하면서 정말 고마운 건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크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저 나의 첫 고양이 도도가 즐겁게 고생하지 않고 나와 함께 하다가 고양이 별로 돌아갔으면 한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그 또한 시간이니까 어느새 훌쩍 지나버려있을 것 같아서 요즘에는 문득문득 도도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스물여덟, 외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