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둘, 가라앉을 때까지

by DAON 다온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지금은 이해되지 않을 거야.

답답하고 속상해서

밉고 화가 나서

미칠 듯 상황이 원망스러워서.


그런데,

어떻게든 지나고 나면

그때 이해가 될 거야.

지금 갖고 있는 감정들이

하나, 둘 가라앉게 되거든.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다툼에 지쳐 시골로 내려가고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때, 어머니가 없는 집에서 웬만한 집안일들을 내게 미루던 가족들이 싫었을 때, 남자 친구와 납득가지 않는 이유로 헤어져야 했을 때 등 화나고 속상하고, 누군가를 원망할 때 나는 그 상황들과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 싫어서 하루가 느리게 느껴지고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과연 정말일까 의심하곤 했다. 정말 그렇다면 눈을 감았다 뜨면 한 달, 반년, 일 년이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 상황을 무엇하나 바꾸지 못했다. 그저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또는 그 감정에 휘말리면서 살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없는 집이 익숙해졌고, 가족들이 하든 말든 나는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하고 적당히 미루기도 했다. 헤어진 전 연인이 점점 덜 미워졌고, 덜 생각났다. 내 안에서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점점 가라앉았다. 가라앉기까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로 내 감정과 생각을 인정하려고 했다.

'내가 지금 가족들을 마냥 좋아하지 않는구나.', '내가 지금 그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구나'라고 내가 느끼는 것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마치 개천에 가라앉아있는 흙처럼, 바닷속에 깔려있는 모래처럼 가만히 두면 가라앉는다. 누군가 다시 건드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가라앉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옆에 있는 돌이나 조개껍데기가 보이듯. 감정도 누군가 건드리지 않으면 서서히 가라앉아서 주위를 좀 더 보게 되거나 이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가 되고, '그럴 수 있지'라며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시간'이라는 녀석이 힘든 시기에 좀 더디게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를 주거나 괜찮아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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