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키워드

by DAON 다온

내게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키워드들이 있다.

내게 좋지 못한 기억들과

좋지 못한 감정들을 일으켜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묶어버린다.

그날들로 나를 돌려보내는

그 키워드들이 너무도 싫다.



어머니가 시골로 내려가시고 1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때때로 불안했다. 부모님이 다투시던 상황에는 몇 가지 조건이 매번 반복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버지께서 술에 곤드레 만드레 취해서 들어오시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그 모습 자체, 또는 그 후에 거실에서 졸고 계시거나 장난치는 것을 안 좋아하셔서 그럴 때 살짝이라도 아버지의 심기에 불편한 것이 생기면 주체할 수 없이 상황이 커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아버지가 슬을 드시고 오면 자연스럽게 걱정이 되거나 불안해서 거실에서 졸고 있는 아버지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다.

부모님이 함께 있을 때도 그랬다. 가끔 어머니가 서울에 오시거나 우리가 시골로 가서 함께 지내게 될 때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진 상태로 지내야 했다.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하다가도 종종 다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가운데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중재를 해야 했다. 10년 넘게 겪어온 상황들이 나의 곳곳에서 나를 괴롭혔다. 길을 다니다가도 큰소리가 나거나 주변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있거나 하면 그것 또한 불안했다.

이러한 불안함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불안함이 없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하고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부모님이 함께 할 때 부딪히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두 분의 관계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서이기도 하다. 몸에 자연스럽게 물들어있는 습관처럼 마음과 기억에 물들어있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것들이 나를 때때로 과거로 돌려보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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