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진심이면 되는데

by DAON 다온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진심'이라고 말할 것이다.

진심을 가득 담은 한 마디.


'고마워', '미안해'


물질적인 것은 한 열 번째 정도

진심이 담긴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넘어갈 수 있어.



관계가 가깝고 친할수록 고마움의 표현과 미안함의 표현을 줄여가면서 하게 된다. 왜냐하면 무언가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랬다. 딸이니까 어머니의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늦게 집에서 나가니까 집안일을 좀 더 하는 것, 동생이니까 하고 싶은 말을 줄여야 하는 것 등. 그런 상황들이 당연했지만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가족들에게 해주는 것들이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내가 조금만 다르게 반응하거나 힘들어서 집안일을 좀 덜 해놓거나 하면 그 탓을 내게 묻곤 했다. 그러면 나는 이유를 말하거나 짜증이 섞인 답을 내놓고는 했지만 얼마 후에는 그 조차도 싫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대로 했야만 했다.

그런 날이 있었다. 내가 왜 가족들에게 이토록 불만이 많은 걸까 생각하게 되는 날. 나는 나의 가족들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한 편으로는 왜 이렇게 싫은 것들이 보이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던 날들.

답이 잘 나오지 않아 여러 날을 보내며 생각해 본 끝에 나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아버지의 대한 험담을 한 것을 미안해하고, 아버지와 언니가 내가 집안일에 신경 쓰는 것을 고마워해 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 내어 한 번만이라도 미안했다, 고마웠다고 해주었다면 내가 덜 속상하고,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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