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정리

by DAON 다온

더는 섞일 수 없다고 느꼈다.

더는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꼈다.

이 인연을,

내가 일부러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몇 년 전 들었던 생각이다. 도서관을 그만두고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친한 대학 동기들과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일상 이야기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도서관 관련 이야기가 나오니 뭔가 섞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현재의 이야기인데 나는 과거의 이야기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연락을 잘하지 않다가 궁금해져서 연락을 했는데 그것만으로 지난날에 들었던 생각과 느낌이 더욱 확실하게 와닿았다. 그들 사이에 내가 들어가기에는 맞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에 들어가려고 할수록 어려워졌다.

대학시절의 친구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졸업 후에도 3-4년 정도는 만나는 동기들과 후배가 있어서 딱히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공을 따라서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어울리기가 힘든 관계라고 생각한다. 전공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 이탈자가 돼버리면 힘든 것 같다. 그런 인연을 내가 항상 먼저 연락하면서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나는 내가 이탈자가 되기 전부터 알았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이 관계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연락하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는 그저 과거의 인연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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