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나이

by DAON 다온

언젠가는 네가 달라지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고

언젠가는 네가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고

언젠가는 네가 달라져서 조급한 마음이 생겼고

요즘은 네가 달라지는 것이 좀 억울하고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는 내가

널 따라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 또래들이 빨리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학년이 올라가면 그만큼 힘들어질 텐데 굳이 그래야 하나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좋지도 않았고, 싫지도 않았다. 그저 나이가 들수록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스무 살,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무서웠다. 그러면서도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생일이 한 번, 두 번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새 언니를 보며 반 오십이라며 놀렸던 스물다섯이 되었다. 놀렸던 나이가 내 나이가 되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해가 가니 먹는 거라는 생각에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도 하면서 나름 바쁘게 지냈는데 그렇게 감흥이 없던 데에는 내 나이가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스물다섯이 되고 난 후였다.

내가 나이에 맞게 잘 지내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또래는 어떻게 지내고 있지 궁금해졌다. 나는 그때 업종을 바꾸고 커피를 이제 막 시작했고,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라서 더욱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어느 분야에 정착하고 익숙해지고, 능숙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이 들면서 나이가 다시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스물 중, 후반을 보내면서 어느 때는 나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나이는 계속 늘어나서 억울하기도 했다.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사실 생일이라는 것이 더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생일은 무조건 즐겁고, 지인들에게 축하도 받으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어느 해에 생일부터는 '생일이 뭐 대수인가.'싶어 졌다. 명절처럼 매년 오는 날인데 뭐 그리 특별하게 보내고 느껴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생일에 무감각해졌고, 나이에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그런 생각은 한다. 내가 내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지내고 있는 걸까.

나이는, 사실 부모님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때에는 올라가는 숫자가 아무렇지도 않고, 어느 때는 신기하고, 어느 때는 조급 하지기도 하고, 어느 때는 억울해지기도 하지만 나느 그저 내가 내 나이에 맞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곧 앞자리가 바뀐다, 새로운 나이대의 시작이다. 특별히 생각이 안 든다고 하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은 꽤나 크다. 내가 마냥 20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는 조금은 슬프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더욱 성숙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더욱 진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리스타로서, 작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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