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이 하나, 둘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새로운 해의 첫 날도 뒤따라온다. 나이를 먹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특별하게 체감하는 날도 드물지만 어느 순간 체감이 될 때면 마음이 아릿해진다. 그건 내 나이를 체감할 때보다 부모님의 나이를 체감할 때 더욱 그렇다.
언젠가 거실에서 뒷짐을 지고 TV를 보시던 아버지를 뒤에서 안았는데 무언가 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진 걸까 생각하다 찾은 것이 키였다. 아버지의 키가 조금 줄어들어있었다. 나보다 좀 더 큰 키를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의 키가 나와 비슷해져 있었다. 나이가 들면 키가 줄어든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이런 말인가 싶어졌다. 아버지에게는 차마 티를 내지 못하고, 아버지의 등 뒤에서 코 끝이 찡해졌다.
어머니가 2022년 초에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다. 시골집에 혼자 계시면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불가피했다. 수술 날짜를 잡으셔야 했던 어머니는 서울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셨고, 수술할 병원을 결정하고 소견서와 검사 자료들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셨다. 병원에 처음 가던 날 나는 일을 쉬고 어머니와 함께 갔다. 병원을 찾아가면서 어머니는 혼자 왔으면 힘들었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다. 병원에서 접수부터 수납까지 도와드리고, 가지고 온 자료 제출도 내가 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다행이라도 하셨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가 나와 다니면서 해주던 것들을 내가 해드리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부모님의 연세가 늘어나는 것은 유난히도 어느 순간에 확 와닿는 것 같다. 키가 줄어들고, 머리숱이 적어지고, 예전에 하던 것들을 어려워할 때 나는 '우리 부모님도 나이가 드시는구나'라며 실감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내 나이를 먹는 것보다 먹먹하고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