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일어나는 법

by DAON 다온

아파봐야 낫는 법을 알 수 있고

힘든 일을 겪어봐야 이겨내는 법을 알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 한 달은 30일, 1년은 365일. 짧으면 짧고 길면 긴 날들을 보내면서 아프지 않은 사람도 힘든 일을 겪지 않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아프고, 힘들다.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즈음, 나는 꼬리뼈 부근에 생긴 피부 염증으로 크게 고생했다. 처음에는 조금 건드려지면 아프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앉아있는 것도 누워있는 것도, 심지어는 걷는 것도 힘들고 아팠다. 미열이 항상 있었고,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잠에 취해있었다. 처음에는 피부과, 나중에는 정형외과를 가서 약도 먹었고 염증이 심해지면서 혹처럼 부어올라서 주삿바늘로 차있는 고름을 빼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에는 한 단계 위인 병원을 가게 되었는데 그 병원에서는 보자마자 대학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면서 전신마취까지 하는 수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너무나 아팠지만 그렇게까지 심한 것인가 생각이 들어서 검사도 안 해보고, 치료도 안 해보고 저런 말을 하느냐며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렸다.

대학병원으로 가게 된 나는 최대한 흉터 없이 치료하기 위해 성형외과에서 진료를 보게 되었고, 진료 후 나는 그 옆에 있는 처치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아픈 곳을 교수님은 지체 없이 누르며 고름을 빼다가 결국은 마취 없이 절개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옆에 있는 어머니 손을 잡고 아프다며 대성통곡 중이었기 때문에 마취가 없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꽤 깊은 환부는 혹시 다시 차오를지 모르는 고름을 걱정해서 꿰매지 않았고, 그대로 매일같이 소독하며 살이 저절로 차오르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치료를 받으며 일주일을 입원하고 그 후로도 얼마동안 통원치료를 받았다. 완쾌되었지만 완쾌라고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계속 소독솜으로 위생에 신경 써야 했는데 가끔 아파서 소독솜으로 누르면 피고름이 묻어 나오곤 해서 항상 재발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에 재발했다. 지체 없이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어김없이 절개 후 치료를 받고, CT와 MRI검사를 받았다. 그때서야 모소낭이라는 질병명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보다 견딜 수 있었던 그때는 또다시 재발하면 전신마취까지 하는 수술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검사도 하지 않았다며 짜증 낸 것이 죄송스러웠지만 전보다 덤덤했다. 재발한 것은 무언가 충격도 있었지만 치료법을 알고 있어서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찾았고, 제대로 진단명도 받을 수 있었고, 혹시 모를 재발의 치료법까지 알게 되었다.

사람의 병처럼 힘든 일도 그렇다. 내가 사춘기 때 사라지고 싶다, 죽어버린다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은 그런 힘듦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삶은 계속 슬프고, 화나는 일들만 있을 것 같았다. 부모님이 매일 싸울 것 같고, 어머니가 매일 아버지 험담을 할 것 같고, 내가 계속 그렇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힘들어할 것 같았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아예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어찌어찌 버티며 지냈다. 속으로 악을 쓰며 글을 쓰기도 하고, 혼자 울기도 하면서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성인이 된 나는 힘이 들 때면 혼자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글을 쓰고, 하염없이 걸으면서 보내게 되었다. 스스로 어떻게 해야 감정과 생각이 정리가 되는지 알게 된 것이다. 비록 힘든 순간이 다시 찾아와서 혼란스러워져도 '버텨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힘든 날들 속에서 순간 찾아오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아프다고 그게 끝이 아니고, 힘들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겪은 아픔에서 치료방법을 알게 되고, 힘든 날들 속에서 자신만의 해결방법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하루 24시간, 한 달 30일, 1년 365일을 살아가는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절대 그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대의 곁에 나와 누군가가 항상 응원하고 언제는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57. 어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