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
이 말이 듣기 싫은 걸까.
중학생 무렵부터인가, 어머니가 내게 이런저런 감정을 쏟아내는 것을 받으면서 나만큼은 어머니의 걱정거리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이 들어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혼자 아등바등 풀기도 했다. 그저 알아서 잘하는 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나로 인해 걱정하고, 마음을 쓰는 것 같으면 막내로서 좋다가도 금세 걱정하게 만든 것이 신경 쓰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는 것을 이어가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말에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듣기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그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힘든 일이 생겨나고 지치는 날이 많아질수록 어머니의 그 말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더욱 그랬던 것이 그 말 이후에 어머니는 언니의 대한 걱정을 말하고는 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실상은 속으로 '나도 힘들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신경 써 줄 여력이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언니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잘 말해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전에 못하던 감정적인 이야기도 어느 정도하고 있지만 학생시절부터 느껴왔던 감정들과 생각은 전혀 알지 못하고, 지금도 깊은 생각과 감정은 알지 못하신다. 걱정하실까 말을 하지 않던 것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격한 감정은 없애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는 순간에도 어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난 그걸 받아냈다. 때로는 힘이 들어서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 살짝 말하는 날도 있었는데 어머니의 반응은 짧았고, 다시금 어머니의 이야기로 돌아가버리곤 했다. 그것을 몇 번 겪게 되자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어머니였는데 말을 아끼기 시작하면서 더는 어머니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부분적으로 털어내고, 스스로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듣고 싶던 인정하는 말이 이제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