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도 마냥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딱 맞는 옷도 마냥 딱 맞는 옷일 수 없고
매번 맛있던 음식도 매번 맛있을 수 없고.
그러니까, 100% 정답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1%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보자.
첫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던 때, 나아지지 않는 손목 통증으로 언제까지 바리스타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던 때, 그때 나는 함께 일하던 파트타이머의 갑작스러운 이직통보로 더욱 정신이 없어졌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느낌이 들어서 분하기도 하면서도 당장의 상황을 헤쳐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나는 내 감정보다 일을 더욱 우선으로 두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손목의 통증은 사실 예전부터 때때로 찾아오던 것이라서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금방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바빠지고, 업무양이 많아지면서 손목은 전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잘 때를 제외하고 손목보호대를 항상 착용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떼어낼 수 없는 손목보호대였지만 내게 맞는 보호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열심히 얼음을 퍼내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잘 고정이 되어야 했고 더 나아가 잘 젖지 않는 소재라면 좋았다. 하지만 어느 것은 너무 잘 젖어서 오전 피크만 끝나고 나면 축축하게 젖어서 찝찝하면서도 잘 잡아주지 못했고, 어느 것은 원하는 정도로 고정이 되지 않아서 아픈 부위를 잘 잡아주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다른 손목보호대로 바꿔가면서 생각했다. '돈 아까워.'라고. 당시 나의 주머니 사정이 편안하지 못했으니 무언가 헛소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버리지 못했다. 내가 필요한 것을 사면서도 그 돈이 아까웠다. 하지만 또 더욱 아프기는 싫으니까 새로운 것을 사서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튼튼하게 잘 잡아줘서 마음에 들었다. 설거지 후에 잘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일단 잘 잡아주는 것에 만족해서 꾸준하게 쓰고 있다. 그때 사람도, 물건도 내가 원하는 조건에 모두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 어느 것에도 100% 정답,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파트타이머의 갑작스러운 이직 통보에 화가 났던 것도 어쩌면 '내게는 미리 말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쉽게 말해 배신감을 느꼈던 것인데 생각해 보면 그 사람과 나의 생각도 상황도 다르니까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이 모든 감정이 가라앉은 후 찾은 나의 답이다. 내가 모든 사람과 상황이 100% 내 생각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 1%의 다른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마 나는 덜 화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손목보호대를 사는 그 돈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고 맘에 들었던 손목보호대를 생각보다 가깝고, 싼 가격으로 갖게 된 것이라서 한 편으로는 '모든 비싼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