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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ON 다온 Oct 14. 2023

기분이 좋아지자 포용력이 커졌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사람


 7월 초, 내가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기 전 우울의 바다에 점점 들어가고 있을 때 즈음 나는 어느 때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SNS를 통해 적었다. 그게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고, 병원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이 한 명 늘었다. SNS를 사적인 공간보다 ‘작가’로서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내 글이며, 내 일상 스토리며 다 보고 있고 관심을 표현해 주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표현에 나는 그저 말 그대로 최소한의 반응, 공적인 반응만 보였다.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8월 12일, 기분이 유난히 좋았던 날. 

식물원에서 이동하고 있던 때에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그날따라 정신이 맑고 몸이 가벼웠던 나는 그의 메시지에 답을 했고,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게 되었다.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사는 곳, 나이 등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이어지는 연락이 재미있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주위 시선에 예민하고, 의심도 없지 않은 내가 낯선 사람과의 연락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꽤 신기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는 것이 내게는 꽤 어려운 일이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살피면서 말과 행동을 주의하는 습관이 있어서 친해지지 않으면 물어보는 것에는 잘 답하지만 먼저 물어보는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도 낯가리고,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사실상 그 관계는 더는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인간관계가 아무리 적고, 좁아도 오히려 그것이 더욱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은, 그것도 누군가의 소개가 아닌 내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내게는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그 친구와의 연락이 이어졌다.

      

 낯선 사람이었던 사람이 점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그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내가 좋았던 것은 표현이 확실했다는 점이었다. 내 글의 대한 생각, 나에 대한 생각 등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확실하게 표현해 줘서 처음에는 ‘믿어도 되는 걸까?’라고 의심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헷갈리지 않게 정확하게 말해줘서 좋았다. 그로 인해 내가 좀 더 빠르게 나아질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했던 사람이었고, 그 인정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사람인데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더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해 주기 시작하니, 내가 싫어했던 내 모습도 점점 ‘좀 괜찮아 보이긴 하네?’로 바뀌었다. 그렇게 나는 그 친구로 인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아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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