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농촌유학으로 향한 마음
생각해 보면, 저는 늘 시골에 대한 갈증을 품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건 뻥 뚫린 하늘, 바람에 실려오는 풀내음, 계절마다 들려오는 곤충과 새들의 하모니를 찾고 있는 그리움 말입니다.
어릴 적 저와 언니들은 방학 때마다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곤 했습니다. 당시 산업화의 전선에 계셨던 부모님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요.
사실 그 시절의 우리에겐 시골 방문은, 또래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무척 신이 나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내 코에서 나는지 내 발에서 나는지 모를 소똥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화장실을 가려면 숨을 참고 숫자를 세어가며 헐레벌떡 뒷간에 다녀오거나, 깊은 밤 새벽에 볼일 보고 싶다 하면, 요강을 들이밀던 할머니가 야속하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나무와 풀, 순하디 순한 가축뿐이라 지루하기만 했던 시골집 방문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그 나날들은 저에게 어떤 인상들을 남겼는지요.
심심해 할 수 없이 따라나선 할머니의 밭두렁 길, 그 위를 터덜터덜 걸으며 질겅 씹었던 사탕수수, 까끌한 느낌이 독특해 무조건 손을 뻗어 스치고 지나쳤던 깻잎의 향.
삶아져 툇마루에 내어진 옥수수를 허겁지겁 집어먹곤, 다 먹은 옥수숫대를 외양간의 소에게 경쟁하며 건네었던 일. 그러고는 큰 숨 내뿜으며 천천히 깜박이던 소의 예쁜 눈을 다시 보려고, 부른 배를 잡고 다시 옥수수를 입에 넣었던 그 기억.
그마저도 이젠 더 이상 할 게 없어, 심심해 언니들과 털레털레 구멍가게로 향하던 길, 비어있던 빨래터에 모여 앉아 빨래하시던 아주머니들의 방망이질 소리.
’ 오늘은 수영들 안 하나?‘ 하며 집 앞 큰 나무 밑 깊은 웅덩이를 힐끔 보던 순간, 다이빙하는 동네 오빠들을 발견하는 날이면 깔깔거리는 그들을 경외의 눈빛으로 구경하는 재미.
어쩌면 저는 이미 그 심심함 속 작은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엔 그저 불편하고 지루하다고만 느꼈던 시골이, 지금은 제게 가장 본래의 삶의 자리로 다가옵니다.
중국의 유명한 전원시인 도연명은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내 본래 마음은 시골에 있었으니, 도시와 관직의 속세는 나와 맞지 않았다”
저 역시 도시에서 살아가면서도 늘 하늘과 풀내음을 그리워했던 것은, 아마 제 본래 마음이 이미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