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만화 에세이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 나의 책을 소개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중이다.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배속에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부모,
자녀는 없지만 영유아를 교육하는 교사,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책을 읽는 회사원,
결혼을 앞둔 연인,
심리상담센터 소장님,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책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님,
육아와 관련한 인플루언서,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
소아과 의사 선생님,
산후조리원 대표 이사님,
지역구 의원까지.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삶을 만났다.
어떤 이는 나에게 칼럼을 제안했다. 월마다 적지 않은 일정 금액을 내면 유아교육 칼럼을 게재할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칼럼이 아니라 돈을 제안한 것일 수도 있다. 칼럼은 전문가의 논리와 비평이 담긴 글을 연재하는 것이다. 만약 글에 따라 돈을 매길 수 있다면, 어떤 전문가든 그 분야에 대한 글에는 그만한 가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되려 가치를 내어야 글을 쓸 수 있다니, 나의 생각으로는 뭔가 맞지 않았다. 아마도 글을 연재할 플랫폼의 가치가 글의 가치를 훨씬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분은 나의 책 표지를 한번 쳐다본 후, 나에게 실용서를 써야 한다고 나무라셨다. "에세이는 돈이 되지 않는다. 실용서가 돈이 되지." 공부를 계속 진행 중인 나의 책장을 살펴보았다. 큰돈을 내고 산 영어 원서와 교재들이 가득하다. 부자가 되고 싶어 부동산과 투자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자기 계발서도 한편 차지한다. 맞다, 실용서가 돈이 되는구나. 하지만 책장 위에 내가 가장 손을 많이 벌려 찾는 책꽂이 칸은 바로 인생이야기가 담긴 책들이다. 다른 이의 삶을 보는 에세이와 인생의 축소판인 소설책. 인생의 정답이라고 소개하듯 실용과 정보가 빈틈없이 담긴 책은 두 번 이상 손을 댄 적이 없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껏 나를 따라다녔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많이 읽었으니 이제 정리할까? 말까?'를 수도 없이 고민하다 결국 이삿짐차에 계속 싣고 다녔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에게는 힘을 주는 힐링이자 쉼터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돈이 먼저 궁금한 적이 없다.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격한 공감을,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책을 읽는 회사원에게는 사춘기 아들과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는 커피 한잔이 이어주는 에피소드들이 궁금했고, 나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하루 이야기를 꼭 묻고 싶었다.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정보를 알려주고 글을 써준다. 최근에는 사진을 분석하여 웹툰을 그리고 캐릭터를 그려주기까지 하니 신기하고 경이롭지만, 글과 그림을 즐기던 나로서는 AI의 끝없는 창조에 어딘가 마음이 허전하고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하다. 실용과 정보의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이야기, 나만의 글과 그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결심했다. 누군가의 플랫폼의 비용이 나의 글의 가치보다 더 많은 돈으로 환산된다면, 그 글을 읽는 누군가 또한 나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 먼저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꾸준하게 찾아오는 것도 어렵겠지.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나의 플랫폼에 연재하기로 했다.
실용이 아닌 내 이야기에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것을 꼭 보여줄 수 있도록 녹진한 힐링과 쉼터를 글과 그림에 담기로 했다. 실용서가 돈이 된다는 그 사람 또한 훗날 나의 이야기의 겉표지를 넘겨보고 싶을 만큼. 그렇다면 그때 꼭 알릴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돈이 되는 날도 올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