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삶
내 삶을 나로 살아간다는 건 방임주의적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책임감이 뒤따른다. 특별히 이방인들에게 있어 그것은,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을 껴안은 채 나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나만의 터를 만들어가야 하는, 아주 절실한 생존의 틀이다. 그 생존의 틀속에서 절대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정서라는 부분이다. 그 정서라는 것은, 우리 감정의 뿌리이고 우리 마음의 구조이다. 그리고 이 정서에 따라, 관계가 형성이 되기도 하고, 문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어느 뇌 과학자가 증명했듯,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사회성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우울증 걸려 죽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서적인 교감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은 철저한 고립 속에 갇혀 심각한 병이 걸린다.
그래서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짧은 시간의 방문이 아닌, 삶의 거주를 영구적으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민 전, 이 부분을 꼭 깊이 있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정서와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옮기고자 하는 곳의 사람들의 정서는 어떠한지. 타문화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어떠하며, 나에게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지, 그에 대한 나의 적응력은 어떠한지.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은 무엇을 하느냐 그러니까 where보다 what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는 장소를 옮긴다고, 단순히 나의 삶의 가치또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가치가 환경과 부합되지 않으면, 이것은 나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민자의 삶은 외롭다. 분명 생존을 위해서 매일매일 외로운 투쟁을 해야 할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희생되어야 되는 곳도 아니다. 행복해지고 안정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의미 있게 더욱 견고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삶의 완성은 늘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지고 있다. 어디에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이 땅을 밟고 숨을 쉬고 있기에,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충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