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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춘천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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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 Jan 31. 2023

희귀한 밤

   잠든 남편의 숨소리는 해 질 녘 바람 소리를 닮았다. '코오'와 '커어' 사이의 오묘한 울림소리가 조심스럽고 무사하다. 어떤 날에는 아기 발자국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빈 소라고둥에 귀를 대면 들리는 먼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남편의 잠든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방 안에는 잔조로운 파도 소리가 수북하다.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나만 아는 그의 모습. 나만 아는 그의 습관과 재미난 점과 잠버릇과 말버릇 같은 것들이 서로를 특별하게 한다. 나만 관심 갖는 독특한 이름의 항성처럼, 나만 아끼는 우리 집 식물처럼. 보잘것없지만 소중하고, 평범하지만 희귀하다. 둘이서 만든 우주가 춘천 한구석에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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