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빵

by 지수


굴뚝빵의 정情을 아는가?


긴 막대에 반죽을 둘둘 말아 구워진 굴뚝빵.

번화가의 굴뚝빵집은 로또가게 성지와도 같다.

버스 정류장 옆 조그마한 컨테이너 안에선 굴뚝빵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몇 번 지나가며 가격을 훑어보면 대충 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민아, 너 동전 얼마나 있어?


손바닥에 동전을 모아 하나둘 세고는 굴뚝빵줄에 합류한다.

플레인, 시나몬, 월넛, 헤이즐넛, 초코, 화이트 초코..

앞사람들이 사가는 맛을 알고 싶지만 눈앞에서 보아도 알 수 없다.


냄새에 끌려 선택한 첫 굴뚝빵은 시나몬 맛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그란 빵 겉면에 시나몬이 잔뜩 묻혀 있다.


비닐을 조금 내려 입으로 물어 당기니 돌돌돌돌 빵이 풀린다.

얼른 손을 사용해 찢어낸다.


텁텁한 시나몬 가루가 혓바닥에서 녹으며 쌉싸름한 맛을 낸다.

좋아하지도 않았던 시나몬은 굴뚝빵과 에그타르트에만 한시적 허용된다.

허용을 넘어 최애가 된다.


두 주먹이 넘어가는 길이의 굴뚝빵은 둘이서 나눠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한 입씩 번갈아 먹으며 씹을 시간 벌기, 그러다 나도 모르게 많이 끊어지면 옆 사람 한 입 더 주기.


민이 나눠준 굴뚝빵,

국회의사당 야경을 보고 돌아오는 새벽길에 먹은 굴뚝빵,

쇼핑거리에서 먹은 굴뚝빵,

부다페스트에 놀러 온, 로마에서 만난 언니와 먹은 굴뚝빵.


적당한 행복과, 적당한 배부름과, 적당한 아쉬움.

나눌 수 있는 기쁨을 가진 크기와 모양이다.

붕어빵의 꼬리처럼 사수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뱅글뱅글 일정하게 쌓아 올린 굴뚝빵은 겨울의 정情이다.


그런 굴뚝빵이 한국에선,

멋진 감성카페에서 5-7천 원을 주고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반드시 나눠서 먹어야만 하는 디저트가 되어버렸다.


그냥,

굴뚝빵이 그립다는 말을 이렇게 불만 가득하게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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