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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06. 2020

점점 친구를 나누려는 여학생들에게

안녕 애들아!     


오늘은 샘이 교직 생활을 하면서 크게 다가온 남녀 차이 하나를 말해볼까 해요. 바로 여학생의 경우 확실히 남학생에 비해 소수의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사귀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저학년일 때는 덜 그랬는데 고학년이 될수록 이런 경향은 거의 두드러져요. 학기 초부터 반에 큰 무리가 나눠지고 그 안에서 깊은 교류가 이루어지죠. 물론 모든 남녀가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성차이라고 바로 단정하는 건 샘도 늘 경계해요. 하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이 보이는 것은 조심스레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학생을 깊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 같아 가끔 사용해요.      


원인이 뭘까 샘 혼자 생각해봤는데, 여학생들은 한 번 사귀면 깊이 친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남학생들에 비해 사생활, 취향, 심지어 속 깊은 비밀까지 아낌없이 교류하는 것 같아요. 깊이 사귀다 보니 친구 선택에 신중해지고 그 결과 작은 무리들이 생기는 것은 어쩜 필연인 것 같아요. 이런 친구 사귐은 확실히 장점이 많아요.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좀 더 솔직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로 이어져요. 소소하게 즐기는 것도 참 많아 보여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낙서를 하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거리는데 참 부러워 보여요. 겹겹이 작은 추억들을 쌓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또 문제가 있을 시 심리적으로 큰 위로와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가끔 교실에서 무리 속에서 울고 있는 여학생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는데, 그때마다 나보고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고,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니까 자신들이 먼저 위로해주고 싶다고 말해주는데, 그때마다 샘도 그 친구들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샘도 이런 장점들 때문인지 인간관계가 점점 좁고 깊어지는 것 같아. 나이 들수록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면 자연히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가끔 학교폭력 문제로 비화될 때 샘은 아찔한 마음이 들어요. 다른 무리의 친구 2명이서 여러 가지 이유와 오해로 갈등이 생기면 무리 전체가 편을 나눠 싸우게 되기 쉽더라고요. 애초에 교류가 거의 없었던 터라 나중에 보면 작은 오해인 경우가 많은데 반 전체가 연루되는 대형 학교폭력으로 비화될 때가 많아요. 비방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져 오히려 SNS 학교폭력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어요. 화기애애했던 반 분위기가 전쟁터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더라고요. 이것도 문제지만, 무리 속 아이가 어느 날 소위 ‘팽당해’ 버림받은 경우가 더 무섭더라고요. 1년 내내 그 아이는 왕따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고 혹시 안 좋은 생각을 할까 샘도 늘 노심초사하게 돼요. 다른 무리에서 받아줘 다시 잘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외려 무리 간의 간극은 더욱 커지는 것 같았어요. 또한 뒷담화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뒷담화가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지만, 뒷담화가 당연시 여겨지고 일상화되는 것은 분명 타인에 대한 왜곡된 관계를 유발해 문제가 돼요.  

사진 - Young샘

   

학교 상황을 넘어 좀 더 크게 본다면, 혹시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더 가두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나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자꾸 비슷한 사람끼리만 사귀면 친구가 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게 돼 오히려 인간관계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심이 커지게 되고, 결국 다양한 인간관계를 시도하고자 하는 용기가 줄어들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자세히 보면 다들 매력이 있고 배울 점도 많을 텐데 말이죠. 샘도 학창 시절에 많이 내향적인 아이였는데, 우연한 사건으로 나와 많이 다른 아이와 친구가 되면서 매력을 느낀 적이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담임샘의 부탁으로 소위 우리 반 제일 날라리와 짝꿍이 된 적이 있어요. 가출도 많이 하고 어른스러운 기호 식품(?)도 즐겼던 친구라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 자꾸 대화를 하다 보니 참 재밌고 의리도 많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덕분에 하교 시간이 즐거웠고 주말에도 평소 안 해 보던 재밌는 것을 하면서 학창 시절이 더 유쾌해졌어요. 깊은 대화를 할수록 서로 부러워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조금씩 닮아갔던 것 같아요. 덕분에 이러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연 계기가 되었어요.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분도 분명 무리를 넘어 호감 가는 친구와 친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게 느껴져요. 마음은 있는데 결국 시도는 못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샘이 아주 적절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관련성이 있어 테드 영상 본 것 하나를 소개하고 싶네요. ‘느슨한 인간관계의 효용성’에 관한 스피치였는데, 발표자의 연구 결과, 깊은 인간관계보다 지인 정도인 느슨한 인간관계에서 좀 더 사회·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인생에 큰 도움을 주고 내 다양한 성장에 발판이 되는 인간관계가 주로 후자에서 기인하다고 하니 우리 상식과 조금 다르죠?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할 때 내 잠재 가능성이 더욱 발현돼 자아실현에 가까워진다고 하네요.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 의식도 높아져 감정적으로도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된다고 해요. 발표자는 이러한 느슨한 인간관계 형성이 아주 작은 실천으로 가능하다고 해요. 그가 한 방법은 바로 ‘다른 층의 화장실 이용하기.’ 회사에서 늘 같은 팀원들과만 교류를 하는 걸 피하기 위해,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다른 층을 이용하기로 한 거예요. 이 작은 습관의 변화가 반갑게 눈인사하는 얼굴의 범위를 2배로 늘려줬고, 얼굴이 익숙해진 후 자연스럽게 그들과 일상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회사 내의 네트워크가 저절로 확장되었다고 하네요. 덕분에 좀 더 풍요롭게 회사 생활을 즐길 수 있었고 부서 간 연락이 수월해져 업무 효율도 상승했다고 해요. 정말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네요.      


사진 - Young샘


이 이야기를 수업 중에 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신기해하며 들었던 기억이 나요. 화장실 가는 친구가 있을 때마다 ‘다른 층으로 가게?’하면서 놀리는 것 보니 여러분 마음에도 어느 정도 각인이 됐나 봐요. 여러분은 아직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더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위해 좀 더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내가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았나? 미리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나? 반갑게 안부를 묻는 작은 노력은 해봤나?’등의 질문을 하며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다른 층 화장실 이용하기처럼 아주 작은 변화와 용기부터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달에 한 번씩 반 친구 칭찬하기 할 때 평소 관심 있었던 친구의 작은 칭찬을 써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 긍정적인 코멘트가 메신저가 되어 무심했던 마음을 똑똑 두드릴 것이라 믿어요. 친구를 하나 더 사귀면 또 다른 세상 하나가 더 열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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