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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Oct 06. 2020

멋진 멘토, 멘티 학생들

안녕 애들아!     


이제 제법 반 친구들과 편해졌는지 아침부터 대화 소리가 활기차네요. 오늘 하루도 7교시까지 쭉 활기찼으면 해요.      


오늘의 주제는 ‘멋진 멘토, 멘티 학생들’이에요.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해 여러분 멘토-멘티 프로그램 출석을 체크하고 잘하고 있나 쭉 지켜봤네요. 남들보다 좀 더 일찍 나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이 언제 봐도 기특하네요. 사실 샘은 처음 멘토-멘티 프로그램 관리를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일찍 출근하는 것에 불만 한 가득이었어요. 단지 교실 문을 열어주고 불을 켜고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더 일찍 출근을 하는 게 많이 귀찮았어요. 아이들도 한 시간 일찍 나오는 부담을 이기고 계속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고요. 하지만 감독 첫날부터 샘의 의심이 확 가시는 것을 느꼈어요. 비록 졸린 눈이지만 참석률이 매우 높았고, 멘토, 멘티 학생들의 작지만 진지한 웅성거림이 교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어요. 여러분의 열정과 배려 가득한 웅성거림이 기분 좋은 아우라를 만들자 샘도 정신이 번쩍 들더니 저절로 여러분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서로 옆에 나란히 앉아 그 날의 목표를 정하고 각자 공부를 한 후, 멘토 학생은 멘티 학생의 질문에 필기를 해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멘티 학생은 집중해 설명을 듣고 또다시 질문을 이어가는데 진지함 그 자체였어요.      


사진 - Young샘


특히 여러분이 쓴 멘토-멘티 학습 일지를 보면서 여러분의 성장이 느껴져 더 기특했어요. 여러분은 단순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샘 눈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읽혔어요. 먼저 멘티 학생의 경우, 그 날 배운 학습 내용과 느낀 점을 덤덤히 썼는데,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다는 감상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주제를 공부하고 있고 과목 내용도 간단하게 요약할 정도로 배움이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사실 멘티 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샘은 멘티 학생이 혹시 자신이 멘티라는 사실에 다소 부끄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멘티를 자원한 학생들이라 멘탈이 달랐어요. ‘나는 이 과목만 멘티 학생일 뿐 다른 과목은 내가 더 낫다’라는 생각이 왠지 모르게 느껴질 정도로 자존감이 높았고,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에 솔직했으며, 무엇보다도 하면 된다는 성장에 대한 믿음과 끈기가 분명 느껴졌어요. 그래서인지 멘티 학생은 샘이 수업 시간 은연중에 이해를 잘하고 있나 반응을 살피게 되고, 수업 태도가 꾸준해 샘도 수업 중 심적으로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멘티 학생의 긍정 에너지가 우리 모두를 감염시키나 봐요.      


사진 - Young샘


멘토 학생의 성장 일지도 분명 놀라운 부분이 있어요. 혹시 멘토라는 거창한 말에 거만함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건 정말 기우였어요. 처음에는 “멘티에게 OO를 설명했는데 잘 이해했다”와 같이 단편적인 감상이었는데, 점점 멘티 학생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 그리고 배움의 나눔에 대한 감사함 등이 많이 보이기 시작해요.      


“멘티가 나를 믿고 내 설명을 경청해줘서 고맙다.” “잘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거지?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내 시간이 뺏기더라도 생기부 봉사활동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내 공부 내용도 점검할 수 있었고, 점점 멘티와 배운 내용을 공유하는 게 매우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습한 내용을 서로 설명할수록 더욱 확실해진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진 - Young샘


어찌 보면 멘토 학생이 멘티 학생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프로그램을 지켜볼 때는 누가 멘토이고 멘티인지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활발히 대화를 나눠 가끔 누가 멘토이고 멘티인지 구별이 안가 놀랄 때가 있어요. 그만큼 멘티 학생이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고, 멘토 학생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람과 즐거움을 찾았다는 의미겠죠? 아침 시간을 넘어 쉬는 시간, 공부 시간에도 멘토-멘티 관계가 확장되고, 다른 과목에서는 역전돼 역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아침에 가끔 일찍 나오는 수고가 여러분의 열정 기운에 같이 탑승할 수 있는 아침 기차표처럼 설렘으로 바뀌었어요.      


샘이 예비 교사로 임용 고시를 준비할 때, 학부 시절 함께 공부하는 것의 수월함과 즐거움을 깨닫고, 교사가 되면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교 분위기를 선도해야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했는데, 신규 교사로 간 학교에는 이미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고, 거의 모든 교과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멋쩍었던 기억이 있어요. 멘티가 되는 것에 대해 별로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에 학교가 많이 변했다는 점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어요. 멘토-멘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험기간 핵심 내용을 정리해 서로 공유해 강의도 하는 ‘배움나눔 협동조합’과 같이 학생이 주체가 되어 배움을 나누는 프로그램들이 잘 정비되어 있었어요. 샘 학창 시절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가끔 반 1등에게 모르는 문제를 시험 기간 때 조심히 물어보는 정도였죠. 학교 시스템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고 학습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분위기가 참 보기 좋네요.      


사진 - Young샘


얼마 전 우리 반 아이들이 ‘캠스터디’를 한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어요. 우리 반 반장이 아이디어를 내 서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시험 기간 동안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캠비디오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라고요. 자는 친구가 있으면 깨워주기도 하고, 서로 힘들 때 기운을 북돋아 주고, 모르는 내용은 채팅창을 통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반 아이들이 모두 시험에서 만족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낸 반장이 너무 기특했고, 같이 공부하는 것의 즐거움을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추구하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샘이 학부 시절에 영어 100%인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수업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안 돼 무척 힘들었죠. 우연히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캐나다 교환학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저는 천사를 만난 줄 알았어요. 제 어떤 부탁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제 영어를 도와줬고, 수업 내용을 요약해 제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줬어요. 특별히 봉사 시간이 부여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그 후 영국 교환학생 친구와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도 지나친 친절함에 감동했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캐나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상위권 아이들이 이렇게 배움을 나누고 봉사하는 게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더라고요. 입시 부담이 우리보다 적고, 교과 성적 못지않게 비교과 활동도 중요한 분위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그들이 베푼 마음의 여유가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우리나라 학교도 작지만 점진적으로 배움 공동체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다시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여러분, 멘토-멘티 프로그램 말고도 ‘캠스터디’처럼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샘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세요. 가끔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샘들의 답답한 머리보다 나아 놀랄 때가 많아요. 그리고 멘토-멘티를 희망하는데 부끄러워 공개적으로 신청하지 못한 학생이 있다면 샘에게 꼭 몰래 찾아오세요! 충분히 멘토의 자격을 갖췄는데 단지 부끄러워 주저할 뿐이에요. 멘티 학생도 한번 마음의 문을 열고 샘께 노크를 두드려보세요. 마음 맞는 친구끼리 샘이 최선을 다해 매치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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