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지독한 고민에 빠지며 잠을 깬다.
'일어날 것인가, 5분만 더 잘 것인가.'
이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고 샤워실로 향하면서도 고뇌는 계속된다.
'일단 핸드폰부터 볼까, 아니면 그냥 씻을까.'
물론 1초 남짓한 이 고민의 승자는 언제나 '벌떡 일어나 샤워하기'지만,
수십 년째 이 엄숙한 의식을 치르다 보니
요즘 들어 머릿속에 별의별 옛날 일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하필이면 대학교 스터디 그룹에서
내 숙제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베껴 냈던 그 중국 친구가 떠올랐다.
양심이라는 부품은 애초에 탑재되지 않은 인간이었던 게 분명하다.
덕분에 나는 교수님께 호출당했고,
나란히 제출된 두 개의 똑같은 과제물을 앞에 두고
'둘 다 빵점'이라는 친절한 통보를 받았다.
억울함에 목구멍까지 차오른 나는 간신히 입을 뗐다.
"교수님, 저희가 스터디 그룹을 같이 하는데,
아마 그 친구가 제 숙제를 보고 쓴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자네 것을 베낀 것 같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교칙은 교칙이니 둘 다 빵점일세."
그 말을 끝으로 교수님은 쿨하게 퇴장하셨다.
'와... 융통성 제로의 현장.'
뿅 망치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안 그래도 억울한데 정작 당사자는
그날 수업에 빠져 얼굴도 볼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으니 미움은 두 배가 됐다.
그날로 나는 그 스터디 그룹에 나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넌 내 인생에서 아웃이야!'를 힘껏 외치며 비장하게 돌아섰다.
아주 괘씸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어쩌면 세상을 배운다는 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며
내 마음속 '스토리 리스트'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과정은 아닐까.
이건 내가 세상을 배우던 시절 겪었던
수많은 에피소드 중 아주 작은 하나일 뿐이다.
여러분은 혹시, 생각만 해도 뒷목이 뻐근해지는 '조별 과제'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그 친구'가 있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