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텍사스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거대한 반도체 공장 부지의 공사 현장은 오늘도 굉음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강철 공룡 같은 굴착기들이 쉴 새 없이 땅을 파헤치고, 수많은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든 것이 '효율'과 '속도'라는 이름 아래 통제되는 공간이었다.
사건은 부지 동쪽 구역을 평탄화하던 중에 일어났다.
육중한 굴착기의 삽날이 땅을 긁어내는 순간, 주변과 확연히 다른, 마치 핏물이 스며든 듯 섬뜩할 정도로 새빨간 흙의 단층이 드러났다. 흙에서는 희미하게 비릿한 향기마저 피어오르는 듯했다. 작업을 지휘하던 현장 감독 프랭크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What the...?"
그때, 현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부 빌리가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프랭크, 그건 건드리면 안 되오. 예전부터 우리 부족 어르신들이 '정령의 피가 깃든 땅'이라 부르던 곳이오."
하지만 마감일에 쫓기던 프랭크에게 노인의 미신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Just get rid of this useless red mud! We're behind the schedule!" (그냥 이 쓸모없는 붉은 흙 치워버려요! 우리 일정 늦었단 말입니다!)
빌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굴착기는 다시 움직였다. 강철 삽날이 붉은 흙을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덤프트럭에 쏟아부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살점을 파내는 듯한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지막 한 삽의 붉은 흙이 트럭에 실리자, 갑자기 '끼이이이익!' 하는 비명 같은 쇳소리와 함께 굴착기의 엔진이 꺼져버렸다. 조종석에 앉아있던 인부가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을 호소했고, 방금 전까지 푹푹 찌던 공사 현장에 어디선가 불어온 섬뜩하고 차가운 바람이 휭하니 불어와 모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 시각, 현장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던 서연은 인터폰으로 들어온 현장팀의 무전을 들었다.
"3번 굴착기 엔진 과열로 잠시 작업 중단. 원인 파악 중."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일정표에 지연 가능성을 체크했다.
그저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