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다 돌아갔다는 알람음을 듣고 세탁기를 여는데 화가 났다.
검정 빨래만을 한데 모아서 돌린 건데, 웬 종이쪼가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 아닌가..
아, 이 남편이 또 소지품 확인 안 하고 빨래 넣었구나........ 하.. 부들부들...
왜 하필이면 검정 빨래를 돌리고, 왜 하필이면 면 재질의 옷이 많아서 원본이 뭐였는지 알지도 모를 종이가 부스러기가 되고 이젠 옷감에 먼지가 되어 들러붙어 있는 거니?
나름 세탁망에 넣어서 돌린 빨래도 있는데... 세탁망에 넣은 게 무색할 정도로 온갖 빨래에 다 붙어 있는 종이.
분노의 빨래 털기!!!!!!!!!!!!!!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혼자 지낼 때 절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우리 집에서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빨래 돌릴 때뿐만 아니라 집안살림을 분담하다가 소소한 말다툼을 한 적이 꽤 있다. 내 입장에선 별 거 아닌데 그거 좀 같이 하면 어디 덧나나 싶고, 남편 입장에선 별거 아닌데 뭘 저런 걸로 그렇게까지 성내나 할 것 같다.
먼저 결혼을 해서 살림을 꾸리는 you 빡침 지인이 있는데, 지인에게 말하니
'난 이제 그런 걸로 짜증도 안나. 벌써부터 그런 걸로 짜증 나면 못살아.'라고 한다. 웃프다. 초월한 여자의 말이다. 그리고 화룡점정.
'난 빨래 꺼내다가 카드 다 있는 지갑도 봤어.'
갑자기 분노가 사그라 들었다. 고통을 분담한 동지애 느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기서 사건 발단의 제공자는 다른 집 사람들도 다 그러니 왜 나만 가지고 뭐라 그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다음부터 나도 빨래하기 전 소지품을 한번 더 확인해 보는 번거로운 수고를 각오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고 싫지만... 나도 다음부턴 확인을 좀 해야겠다. 남편도 노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아니면 내 빨래만 돌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