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 훈수의 세계
결혼준비 했을때의 일이다.
반지, 맞춰주실래요?
"결혼반지 맞춘 거야? 순금으로 맞추지 왜~?"
결혼기념일이 2개인 MZ부부라는 앞전 나의 글을 읽으면 좀 더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결혼식 말고, 부랴부랴 결혼예배 겸 약혼식을 올렸었는데 그래도 정식으로 하는 큰 결혼식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결혼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 반지라도 맞추고 약혼식을 올리는 게 낫지 않았나 생각했다.
나도, 남편도 액세서리에 워낙 관심이 없는 편이고 예물이니 예단이니 거창하게 뭔가를 주고받는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결혼반지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게 맞췄다.
결혼반지도 보니까 수백만 원, 수천만 원대까지 하던데... 평소 나는 천 원짜리 반지 하나에도 관심이 없었던 여자인 만큼 결혼반지에 그 돈을 쓰고 싶진 않았다.
이런저런 주변에 이미 결혼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이들 가는 종로에 가면 좋은 결혼반지를 저렴하지만 예쁘게 맞출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동네에 있는 백화점 가서 빨리 살까 하다가 그래도 많이들 가는 종로로 향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니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서비스와 높은 퀄리티의 반지를 맞추려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지만 나는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다.
그래도 '손품' 팔아서 괜찮아 보이는 반지샵에 가서 14K의 반지를 맞췄다. 당연히 다이아는 아니고. 자체제작 무슨 반지라던데 아무튼.
생애 처음 맞춰본 반지라, 맘에 들고 좋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액세서리를 하고 관심을 두는구나. 여기에 잘못 발 들이면 나 큰일 나겠는데? 생각하며.
화려한 반지가 아니기 때문에, 나중 가서 맞춘 반지를 수령하고 직장에 처음으로 끼고 갔는데 직장 상사분이 감사하게도 알아봐 주셨다. '반지 맞춘 거야? 순금으로 하지 왜?'라는 감사한말과 함께.
그래서 나는 '그럼 하나 맞춰주세요^^'라고 대꾸했다. 속으로는 '요즘 누가 순금으로 하니? 순금으로 하든 말든.. 뭔 상관이야? 내가 맘에 들면 됐지. 사줄 거 아님 훈수두지 마실래요?'라는 긴 말을 삼켰다.
신혼여행, 티켓 끊어주실래요?
우리는 코로나가 한창이었다가 조금은 풀릴락 말락 하는 시기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하면 으레 '신혼여행'이 당연히 따라오는데, 나나 남편이나 평소에 여행을 자주 다니거나 여행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훈수 두는 그들에겐 어떻게 들릴진 몰라도 남편 직장 덕분에 저렴하게 & 무료로 5성급 호캉스를 자주 즐겼던 덕분에 굳이 돈 들여가며 고생하며 여행 다니는 스타일이 아닌 우리였다. 물론.. 여행 다닐 시간도 없고. ㅠㅠ
아무튼, 해외출국할 경우 코로나검사도 그렇고 이모저모 애매했던 시기라 우리는 일찌감치 혹시 몰라 미리 제주도행 티켓과 숙소를 예매해 뒀다. 해외에 못 가는 만큼, 그리고 제주도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인 나는 숙소와 교통편에 '플렉스'를 했다.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던 중 어느 날,
'신혼여행 어디로 가? 제주도? 왜? 어디라도 가지~ 나라면 ㅇㅇ 어디 가겠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온갖 본인들이 갖고 싶어 하는 국가의 이름을 많이 들은 듯하다.
“응.. 너나 가. 난 안 가고 싶어.. 그럼 대신 티켓 사주던가 “
네가 제주도를 많이 가봤던 적게 가봤던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저 재밌게 잘 보내고 오라고 했으면 될 일을, 나도 그냥 흘려 들여도 될 일이 이젠 하도 질려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냉장고, 대신 사주실래요?
'남편한테 프러포즈는 받았어? 요즘은 냉장고를 몇 개를 사던데, 이렇게 저렇게 사봐~'
하... 지금 우리 집 냉장고 엄청 큰데 내가 집에서 요리를 잘 해 먹질 않아서 냉장고 안이 텅텅 비어있다. 이럴 줄 알았음 그때 당신한테 미니냉장고 사달라고 할걸..
프러포즈하느라 들어갈 이벤트 비용을 가방 사는데 보태고 살림에 보태라고 하는 나였다. 물론 나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남편에게 프러포즈 안 하냐고 하긴 했지만..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할 거냐 마냐, 하네 마네 간섭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응 나는 이미 현 남편 구남자 친구랑 연애 시작할 때 애초에 프러포즈급의 이벤트를 받았고 프러포즈 '이벤트'는 받지 않았어도 600만 원짜리 가방 받았어^^'라고 말한다. 속으로.
이 외에도 많지만 생략.
결혼준비할 때 오지랖 넓은 주변인들의 관심에 예민한 신부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건 예민한 게 아니라 정상이다. 한두 번이여야지 다양한 소재거리로 훈수 들으면 짜증을 넘어서 화난다. 상대방은 1번 이야기 하는거지만 난 10번 듣는 이야기다. 그것도 가지각색의 주제로.
난 나름대로 나만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한 건데 왜 자꾸 우리 친정엄마. 시어머니도 안하는 간섭과 잔소리를 타인이 대신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위에 내용들을 읽고 '에이~ 다 관심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이거 가지고 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 조심해야 할 거다. 그 사람이 속으로는 당신을 씹어대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이 글처럼 주인공으로 등판할 수 있다.
사줄 거 아니면 훈수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