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w Buyer

허수아비 구매자

by MoonA

타향살이를 고향살이처럼 느끼게 해 준 친구 션과 디아나부부가 약 7년간의 애리조나 생활을 접고, 오레건으로 떠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그들의 집을 구매하려는 매매자가 'straw buyer' 였음을 알게 되었다.


'Straw buyer'란?
실제 구매 당사자 대신, '허수아비'처럼 앞세워진 가짜 구매자를 말한다.

이번 경우엔, 대출 혹은 원하는 이율을 받을 수 없는 실제 구매자인 아버지가 아들의 명의로 대출을 진행하다가 발각된 경우이다.



나는 내 삶의 실구매자인가?
허수아비 구매자인가?


지난주, 영화 'Perfect Days (2023)'를 추천받고, 연속으로 2번을 시청하면서 했던 질문과 생각들,그리고 예상치 않은 어려움을 겪은 친구를 위로하면서 올라오는 생각들을 관통하는 메세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니, 기록해보려고 한다. ('정리'는 매우매우 어려운 일이다.)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일본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중년의 싱글남이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돌보는 화분들에 물을 주고, 출근채비를 하고,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 출근 러시가 시작되지 않은 평화로운 길을 떠난다. 내가 우리 집 화장실을 저렇게 진심으로 청소한 적이 있던가 싶게 꼼꼼하게 화장실 청소 업무를 마친 히라야마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언제나 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자기 전엔, 중고서점에서 득템 해오는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그제도 똑같이 반복되는 그의 일상을 근접카메라로 지켜보면서 반복적으로 밥을 듬뿍 담은 숟가락에 김치를 얹은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먹방을 보면서 느끼는 안정감 같은 것을 느낀다. 패턴은 불안을 잠재운다는 것을 또 상기한다. 히라야마도 그러했을까.


그가 운전하는 작은 승합차에는 화장실 청소를 위한 각종 청소도구가 가득하고,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튼다. 히라야마와 달리 아직 어린 동료는 돈도 얼마 벌지 못하는 이 일에 그가 왜 이렇게 진심인지 묻는다.


예상치 않게 찾아온 히라야마의 조카는 본인과 프랑켄슈타인의 'Victor'의 처지를 비교하며 둘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는 그녀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만, 그녀가 삼촌 '히라야마'를 찾아와, 삼촌의 직장, 공중화장실을 따라다니며 짓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히라야마는 왜 삼촌이 여동생(본인의 엄마)과 연락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 묻는 조카에게 담담하게 말한다.


The world is made up of many worlds.
Some are connected, some are not.


지금 내 모습은 내가 선택한 모습이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서 고립되거나 연결되거나 하는 결과가 생긴다. 짬짬이 연결되거나, 짬짬이 고립되지만, 그 둘이 동시에 일어날 수는 없기에, 히라야마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렇게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Straw buyer'인가? 아닌가?


이 비슷한 질문이 가득한 시험지 위에 답을 쓸 수 없어 턱을 괴고 앉아있는 우리 모두의 표정이 그의 표정과 닮아 있을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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