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Round

by MoonA

N선생님과는 영어학원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그녀의 나날들도 녹녹지 않았을 터인데도 세상에서 내일 제가 힘들고 억울하다는 내 푸념들을 그녀는 잘 들어주었다. 새로울 것 없는 일들로 만들어지는 감정들이었지만, 그녀와 나누고 곱하고 더하고 빼면서 매일 모양이 달랐다.

후에 그녀는 피아노 교습소를, 나는 영어교습소를 차리며 함께 있었던 학원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녀와 나의 교습소는 큰길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있었기에, 종종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그녀의 교습소가 있는 상가 지하에는 기사식당이 있었는데 그집 백반은 정말 꿀맛이었다. 요이땅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면 해가 다 저물도록 목이 터져라 수업을 해야 하기에 우린 둘 다 소복이 담긴 밥 한 그릇을 꼼꼼하게 다 먹곤 했다.




몇 해 전부터 그녀가 속해있는 온라인 영어원서 읽기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모임의 이름은 'Another Round'이다. 'Another Round'라는 이름의 영화가 있다는 것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일의 능률이 오름을 증명하려는 중년의 친구들의 이야기. 삶의 활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나이라고 알려진 시기, 삶의 새로운 장이 열린 듯 재미나게 살자는 메세지를 전하는 영화와 같은 이름을 가진 모임이다.


한국에 오면 대면모임을 두어 번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한 A를 제외하고, 나, N 그리고 J, 이렇게 3명이 여의도에 있는 북카페에서부터 만남을 시작한다. J가 대학로에서 볼만한 연극표 구매부터 점심으로 먹을 갈비 맛집까지 두루두루 미리 알아보고 동선을 짜두신 덕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끄는 길따라 웃고, 울고, 걷고, 마시고, 먹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속앳 얘기들을 지니고 있지 못해서, 누구든 하루만 같이 있으면 나는 간장종지그릇처럼 쉬이 바닥을 보인다.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마가 끼인다고 하는 잠시의 조용함을 견디지 못해서인 이유도 있고,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그 이야기들이 속상해할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편애를 하지않으려 애쓰는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의 직업병같은 것이다.


그러한 사유로 하루를 온통 그들과 함께 보낸 오늘 나의 이야기들은 가을날 햇볕에 널린 빨간 고추처럼 일광욕을 제대로 했을 것이다.


상처에 붙여놓으면, 밴드 안쪽이 하얗게 올라오면서 딱지 없이 새살이 올라오는 신통방통한 밴드처럼 책을 읽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일은 오래되고 혼자서는 어찌 되지 않는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일과 같다.

너무 멀지 않은, 아니 가능하다면 가까운 미래에 '나'를 계속 말하고 싶어 하는 유아스러움을 극복하고, '너'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해주고, 수련하게 해주는 사람들, 귀한 시간과 마음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Another 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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