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된장국이 올라와 있는 밥상 위로 엎어졌다.
내복 입은 짜리 몽땅한 팔이 된장국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나왔다.
기억은 없는데 자국은 있다.
내 왼팔에.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굳이 말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그때 엄마가 한 개에 천원하는 바나나를 사 왔다. 1982년쯤이었나?
우리 식구가 넷인데 딱 한 개.
새 살 돋는 데는 바나나가 좋다고 연한 바나나 목이라도 꺾어질까
조심조심 까서 내입으로 넣어주는 엄마.
그때 바나나와 지금 한다발씩 사서 쟁여놨다 갈색 얼룩이 질때까지 묵히는 바나나의
맛이 다를 리 없지만 다르다.
점심 먹고,
이어지는 체육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끝나기 전에,
냅다 매점으로 달려가 사 먹었던 메로나 맛.
손등 위로 연두색 메로나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아껴먹던 맛.
6개들이 메로나 한 상자가 지금 냉동실에 있는데
맛이 다를 리 없지만 다르다.
밀떡 6개에 깻잎 한 장, 그렇게 한 접시에 100원하던 떡볶이.
친구랑 둘이 앉아서
나 100원, 친구 100원어치 소중하게 받아,
접시를 차마 핥을 수는 없어서 포크를 쪽쪽 빨고 있자면,
아주머니가 한 분 들어와
떡볶이 500원어치 포장해 주세요.
그랬다.
막 곱셈단원을 마친 우리는 머릿속으로 6*5=30을 계산해 내고는
검은 봉지 받아 나가는 아주머니 발끝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떡볶이 떡과 어묵이 냉동실에 있다.
프라이팬 한가득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밀떡 30개 아니고 60개도 할 수 있지만,
맛이 다를 리 없지만 다르다.
그날의 바나나처럼
그날의 메로나처럼
그날의 떡볶이처럼
귀한 것을 늘려가자.
그러면 더 자주 행복해질 테니.
그 귀한 것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음을
불현듯 깨닫게 될 때마다 행복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