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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15. 2020

E08. "누나.. 연락처 뭐에요?"(헬스장 썸3)


관심없는 내 맘을 적당히 잘 이해해줬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피할 것 까지야 없지 않나. 나 때문에, 나 보기 민망해 운동을 멈추는 것도 그렇고. 고백 한 번에 손해 볼 필요는 없는데.


"DS씨! 오랜만이에요. 그 날은 잘 들어갔나요? 쵸코에몽 잘 먹었어요."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려 했다. 그런 나를 뻔뻔히 여기는 남자도 있었지만, 어쩌겠어. 그게 내 스타일인걸.


마상이 심했던 걸까. 한 달을 나오지 않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헬스장에 얼굴을 비췄다. 나야 늘 한결같이 그날도 헬스장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월요 헬스장은 아수라장이라 그럴수 밖에 없다. 멀리서 서로만 알아보고 그렇게 스쳐 지나갔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정말. 나랑 밥이 먹고 싶었는지 몰라. 밥 먹고 싶은 누나, 뭐 그런 거였나봐. 아주 순수한 의도였는데 나를 좋아한다 착각한 내가 잘못이네. 내가 잘못했네.


정말 "좋아한다."는 말은 들은 적 없었다. 전화번호 하나도 묻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밥 한끼 먹은 게 다였다. 착각도 정도껏이라고, 오바했던 내가 어이없어 피슄했다. 잘 됐다. 맘에 두지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어.



등 운동 하려던 참이었다.

끙차끙차. 머신에 앉아 랫풀다운 하려는데, DS가 다가 왔다. 이번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 할테다.


"오! DS군! 잘 쉬었어요? 그동안 왜 안나왔어요."

"누나.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당시 쟈스민, 30)


"네?"

귀 먹은 척했다.

"전화번호 알려달라구요. 주기 싫어요?"


친구는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약간 보챔마저 있었다. 이걸 어쩐담. 두 가지 이유가 나를 난감하게 했는데, 하나는 내 주변 헬스장 사람 모두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전화번호 묻는 이유를 알지 못해 그랬다. 선한 마음으로 주고 나서도 욕 먹을 수 있는 게 남여간 연락라는 걸 안다. 사실 첫번째 이유가 더 컸다. 이런 따가운 시선은 오랜만이다.


"알겠어요. 우기한테 물어봐요. 조심히 얼른 가세요."

"누나가 알려 주세요. 여기요."


뻘쭘한 그 친구와 황급한 나. 상황 수습을 위해 황급히 010xxxxxxxx를 눌러 핸드폰을 건넸다. 오타가 나도 모를 일이었다. 보내고 싶었다. 나중에 얘기하고 싶었다.ㅠㅠ



급한 중에도 습관은 무서워 오타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DS와는 편히 안부정도 주고 받는 누나-동생 사이가 되었다.

코로나로 알바 하나를 끊겼다는 게 마지막 대화였는데.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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