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은경 Oct 17. 2020

E10. 심장이 바운스


없으면 하지 못하는(혹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1. 운동복

2. 운동화

3. 음악


빠짐 없이 필요한 쟈스민 주장 필수 3요소인데, 오늘은 음악 얘기를 하고 싶다.


나에겐 근 5년을 함께한 mp3가 있다. 아이팟 나노라고 들어 봤으려나. 골동품이긴 하지만, 몇 번 떨어뜨리는 바람에 화면에 금은 갔지만, 여전히 작동만 잘 되 버리지 않고 쓰는 중이다. 한 번 잃어버릴 한 적도 있는 데, 운이 좋아 분실을 면했. 제법 질긴 인연이다. 이 작고 가벼운 놈은 운동할 때 쓰면 딱이다. 암 밴드에 살포시 넣어 왼 팔뚝에 차주면 제법 운동하는 테도 난다. 다만 에어팟 무소유자라, 여태 사용하는 치렁치렁란 이어폰 케이블이 조금 거슬릴 뿐이다.



개인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고, 왼팔엔 아이팟 둘러 탈의실 밖을 나온다. 노상 이 모습이라, 헬스장 나만 이 모습이라 어쩌다 대화라도 트게 된 사람이면 빠지지 않고 묻는 질문이 있다.


"(왼 팔뚝 가리키며)이게 뭐에요?"

"아. 이거 아이팟이에요. mp3요."


그 다 묻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맨날 뭐 들어요?"

"무드마다 다른데 보통 BTS 노래 많이 들어요."


나는 BTS팬이다. 아미는 아니고, CD 대신 토렌트 불법음원 다운 받아 듣는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안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 할만큼 아팠을 때, 매일 울던 날 웃게해준 건 걔들이었다. 누워 영상 볼때 마다 그랬다. 발가락은 꼼질꼼질, 손가락은 까딱까딱, 머리는 흔들흔들. 얼른 나아 미친듯이 뛰고 싶다 만든 건 그들 노래였다.


그들 노래가 내 몸을 달군다. BTS 노래 대개가 빠른 템포 운동할 때면 자주 찾는다. '불타오르네'를 들으면 정말 불에 타 오르는 것 같이 쪼게 되고, 'Dynamite'를 들으면 상큼한 가벼움으로 폴짝폴짝 뛰게 된다. 다만 종류를 가리는 건 아니라 일렉 사운드의 클럽 노래를 듣거나, Young T & Bugsey의 Don't rush 같은 힙합을 듣기도 한다. 심박 틔워주는 노래면 아무노래라도 좋다. 아주 가끔은 트롯도 듣는다.


너의 빈 자리

채워 주고 싶어

내 인생을

전부 주고시퍼허-


남진 '둥지'와 함 트레드 밀 위에 있으면 절로 빠른 걸음이 된다. 해보면 알 수 있다. "너의 빈 자리" 한 마디에 네 걸음이 나아갔다. 헛둘헛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남진 아저씨와 함께 하는 쟁쟁 걸음의 작고 어린 나를. BTS부터 남진을 아우르는 노래엔 서로 다른 리듬과 박자가 있어 심장 단련에 훌륭한 코치가 된다. 때론 빠른, 때로는 강한 사운드 치고 빠지면, 나는 빨리 뛰다 인클라인으로 걷다를 반복한다. 심장을 쪼았다 풀어주는 인터벌 훈련을 한다. 운동엔 음악만한 게 없다. 가히 최고다.



가볍게 최대 볼륨에서 -2나 -3정도로 시작한다. 그러다 강하게 힘 써야 하거나, 힘 딸리거나, 으쌰으쌰 노동요가 필요할 땐 나머지 볼륨 모두를 +한다. 노래소리 내 귀를 때리면 더는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철저한 고립을 만들어 음악과 나와 심장 하나 되게 한다. 그런 나를 알고 우기는 잔소리다.


"누나 좀 작게 들어요. 고막 나가겠어요!"

"^____^"


뭐라고 하는지 들리질 않아 씨익 웃어 보이고 말았다. 우기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내 옆을 지나간다. 우리의 반복이다.


귀를 내주고 근육을 취한다.

집중을 택한다.

심장의 박동을 데려간다.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듀근댄다.

작가의 이전글 E09. 운동 구력과 글 구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